인권위 "여가부 폐지로 성평등 정책 후퇴 우려… '성평등 전담기구' 개편해야"

인권위, 14일 '여가부 폐지' 관련 입장 표명
"폐지 시 여성인권, 성평등 정책 전반적 후퇴할 우려 높아"
"'성평등부' 등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로 개편해야"
"韓 성 격차지수 아직 하위권, 폐지 논할 때 아냐"
  • 등록 2022-10-14 오후 2:22:29

    수정 2022-10-14 오후 2:22:29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기보다 ‘성평등부’와 같은 전담 기부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여가부 폐지 관련 설명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인권위는 14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여성 인권, 성평등 정책 등에 우려가 있단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여성 인권, 성평등 정책 등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사회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게끔 ‘성평등부’와 같은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에 이양할 경우 정책 간 유기성이 약해지고, 성평등 정책이 전반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더불어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신설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인권위는 “여성가족부의 본질적 기능은 관행적이고 구조화된 성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해소하기 위해 성평등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업무를 쪼개 각 부처로 이관할 경우 정책 조정 및 총괄 기능이 약화되고, 각 부처의 고유 업무에 후순위로 밀려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인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인권위는 세계 각국의 성평등 전담기구 설치 현황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194개국에 성평등 전담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며, 160개국에는 독립부처로 존재한다.

여기에 인권위는 아직까지 한국의 성평등 수준이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경제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도 짚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성별격차보고서’에 따른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2021년 156개국 중 102위, 2022년 146개국 중 99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인권위는 “성 격차지수는 하위권에, 성별 임금 격차는 31.5%에 달해 아직까지 여가부 폐지를 논할 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가부 폐지 관련 부분이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인권위는 “성평등 정책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바람직하지 않고, 이러한 점이 심각하게 고려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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