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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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방송4법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9번째 재의 요구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들은 공영방송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그간 누적되어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 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야당의 입법 독주로 인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공영방송 공정성을 회복한다며 방송 4법을 추진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이 친야(親野) 노조에 장악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한 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이 대통령의 공영방송 사장 임면권을 침해하고 방통위의 기능 마비를 야기하고 정부 행정권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지난해에도 방통위법을 제외한 세 법안을 강행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 전에 방송 4법 재의 요구를 재가한다. 이날(14일)은 방송 4법 재의 요구 시한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재의요구) 재가를 꼭 오늘(6일) 하는 건 아니다”며 “재가는 조금 더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의 입법 강행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중독이 되다시피 한 거부권 행사로 민생을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한우법 등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야당을 향해 불편한 심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위헌이나 위법 소지가 있는 법안에 대해선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대통령이 정당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들을 야당이 재차 강행 통과한 점에 대해선 좀 되새겨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방송 4법 등은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 출석한 상황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에 찬성표를 던지면 법률로 확정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폐기된다. 현재 국회에서 야당 의석은 192석으로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에 8석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