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로 후원금 6억 먹튀…택배기사 징역 2년·여친 7년 선고

서울동부지법, 27일 사기·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택배기사 A씨, 징역 2년형 선고 후 법정구속
'주범' 지목, 구속 정지 도주했던 여친은 징역 7년형
"반려견 아끼는 선량한 마음 악용, 죄질 좋지 않아"
  • 등록 2023-01-27 오후 3:44:32

    수정 2023-01-27 오후 3:44:32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유기견 출신의 택배견 ‘경태’를 이용해 유명세를 얻은 후 약 6억원의 후원금을 가로챈 전직 택배기사가 징역 2년형, 주범으로 지목됐던 여자친구가 7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택배견 ‘경태’ (사진=‘경태아부지’ SNS)
2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판사는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택배기사 A(34)씨에게 징역 2년을, 여자친구 B(39)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사기 피해자들에게 약 460만원의 배상 명령도 내렸다.

또한 구속집행정지로 일시 석방됐던 B씨의 도주를 도와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지인 장모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최모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장씨와 최씨는 B씨의 지인으로, 그의 도주와 유심칩 개통 등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반복돼왔다”며 “1차 기부금 피해자는 2306명, 2차 피해자는 1만496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총 피해 금액은 약 6억원이며, 대부분은 변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감과 선한 감정을 이용해 본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 만큼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동기가 불순하다”라며 “A씨 역시 B씨에 비해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해도 다수의 피해자를 낳은 만큼 잘못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구속이 정지된 와중 도주를 시도했던 B씨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인도적 차원의 결정을 악용, 정당한 사유 없이 도주해 추가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소모하게 했고, 책임을 모두 A씨에게 미루며 진지한 반성의 기색이 없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경태아부지’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유기견 ‘태희’를 추가로 입양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택배 차량이 고장나 일을 할 수 없는데 강아지들이 아프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기부금을 모은 후 이를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SNS 팔로워들의 신고 등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들을 잠적 6개월여만인 지난해 9월 대구에서 붙잡았다. 검찰은 받은 후원금 대부분이 B씨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만큼 그를 주범으로 지목해 구속기소하고, A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11월 임신중절수술을 받겠다며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허가받은 사이 한 달여간 도주해 다시 붙잡히기까지 했다.

한편 이날 선고 이후 A씨는 법정 구속됐다. A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변 후 호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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