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배달을 마친 전성배씨는 땀에 전 헬멧을 벗고 숨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극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냉방이 되는 `쉼터`는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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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의 체감 온도는 35도를 넘겨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무더위를 뚫고 찾아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필수·플랫폼 노동자 센터에는 시원한 에어컨의 바람이 가득했다. 냉장고에는 차가운 생수가 가득 차 있었고, 얼음 정수기와 커피 기계 등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한 시설이 마련됐다.
이 지역 일대에는 크고 작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것은 물론 물론, 건국대 등과 인접하고 있어 유동 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해 있다. 강남권 퀵서비스의 기점이기도 해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씨는 “매년 혹서기와 혹한기마다 이동 노동자들의 쉼터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동 노동자들의 노동, 생활 방식 등에 대한 이해인데, 이곳은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폭염 시기를 맞아 이들에게 쉼터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3년 넘게 퀵·배달 노동을 하는 김현석씨는 “한 마디로 ‘어질어질한 더위’”라며 “안전을 위해서 헬멧을 벗을 수도 없고 가벼운 것으로 바꾸기도 힘든데, 그늘에서 쉬거나 카페 혹은 편의점을 전전하고 때로는 PC방까지 간다”며 고충을 전했다. 그는 “일부 지자체나 기업의 도움으로 얼음물 제공 등은 이뤄지지만, 그 외에도 안정된 공간에서 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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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폭염 시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배달·이동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과 배달 건수가 곧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이를 포기하고 쉼을 선택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배달플랫폼 노동조합 등은 도심 곳곳에 간이쉼터를 확대하고, 기상청 특보와 연관해 작업중지 등 자동 조처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성동구는 쉼터의 홍보 및 활용에 보다 힘쓴다는 계획이다. 김정미 성동구청 일자리창출팀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노동 권익, 일자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추가하려고 한다”며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설인 만큼 지속적으로 운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