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은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최후 진술까지 서로에게 혐의를 떠넘기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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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판사는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택배기사 A(34)씨와 여자친구 B(38)씨에 대한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구속 도중 도주했던 B씨의 도주를 도운 B씨의 지인 C씨, D씨에 대한 범인도피교사,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사건이 병합돼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형을, 경찰 수사 당시 주범으로 지목된 여자친구 B씨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반려견에 대해 선량한 마음을 이용해 1만여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6억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고, B씨는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고 도주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후 팔로워들의 국민신문고 신고 등으로 인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 이들은 잠적 6개월여 만에 대구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받은 돈 대부분이 B씨의 계좌에 들어간 사실 등을 기반으로 B씨를 주범으로 지목해 그를 구속기소하고, A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구속 상태였던 B씨는 지난해 11월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아 병원을 방문 후 약 한 달간 도주, 지난해 12월 다시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도 서로 책임 미루며 ‘공방’…“선한 마음 악용했다” 질타
아울러 검찰은 B씨의 도주를 도왔던 C씨에겐 징역 1년형을, C씨를 도와 유심칩 개설 등에 나섰던 D씨에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추가로 드러난 C·D씨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결국 수술을 받지 않은 채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C씨와 D씨는 그의 도피를 돕고 유심칩 개설 등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C씨는 “B씨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며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시간 가까운 공방의 막바지에 피고인 중 B씨가 ‘사람의 선량한 마음’을 두 차례나 이용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 여전히 “A씨와 B씨는 서로 돈을 쓰지 않았다고 부인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한 차례 이용하고, 임신중절에 대한 임신부의 선택권을 존중해 인도적인 이유로 구속을 정지시켜줬던 법원을 이용하기까지 한 것 아니냐”며 B씨를 질책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정말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한편 A씨와 B씨 커플, 그리고 B씨의 도주를 도왔던 C씨와 D씨 등 총 4명에 대한 선고는 오는 27일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