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로켓배송보다 생명 먼저"

지난 11일 동탄 물류센터 노동자 숨져
쓰러진 후 1시간 30분만에야 병원 이송
"다음엔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안전보장 요구
"쿠팡 책임지고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나서야"
  • 등록 2022-02-23 오후 2:13:28

    수정 2022-02-23 오후 3:15:47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팡은 로켓배송보다 노동자 생명,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 대책위원회 등이 23일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효중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달에도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일어났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쿠팡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역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노모(53)씨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씨는 치료를 받던 도중 지난 11일 사망했다. 쿠팡대책위는 노씨가 당시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같은 곳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증언과 통화기록 등에 따르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나 소요돼 쿠팡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강규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대표는 “‘로켓배송’이 뭐길래 노동자들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운동장 같은 물류센터에서 뛰어다니다 죽어야 하냐”며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가 쓰러져 죽더라도 쿠팡은 쉬쉬하고 비밀에 부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쿠팡은 이번 죽음에 책임을 지고, 노동부 역시 특별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은 4건에 달한다. 2020년에는 칠곡물류센터에서, 지난해에는 동탄물류센터에서 사망 사건이 났고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거듭되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쿠팡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안전대책과 보건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며 “왜 사고 당시 조치가 미뤄졌는지를 명백히 조사해야 하고, 거듭되는 사망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로 돌리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번 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만큼 수사 당국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회사가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사고의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휴게 공간, 휴게 시간 충분히 보장하라”, “노동자 생명안전 보장하라”,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물류센터 사고를 당한 고 장덕준, 고 박현경씨의 유족들 역시 연대 발언에 나서며 쿠팡 측의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이번에 숨진 노씨의 언니인 노은숙씨도 발언자로 나서 쿠팡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했다. 노씨는 “한 아이의 엄마인 동생은 쿠팡에서 일하다 쓰러져 50여일을 버텼지만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고,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났다”며 “머리가 아프다며 119를 요청했지만 관리자들이 방치하는 사이에 의식을 잃어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은숙씨는 “다음에는 누가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동생의 동료들의 얘기가 마음이 아프다”며 “쿠팡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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