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팡 물류센터 안에는 ‘로켓’이 아닌 사람이 일합니다. 사측의 미흡한 대처로 일어났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책임을 가리기 위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 쿠팡 대책위원회 등이 7일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원회)와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7일 서울 송파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책임 여부에 대한 수사를 3년 가까이 끌고 있는 부분을 지적, 조속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송파경찰서가 초기 수사에 미흡했고, 당시 담당 수사관이 피해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병민 쿠팡대책위원회 법률팀 변호사는 “송파경찰서는 고용노동부의 송치 의견에도 불구,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에 대해 책임 있는 수사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에게 ‘재수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요건 증명을 피해자들에게 요구하는 등 3년 가까이 수사를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쿠팡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2020년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노동자 84명과 그 가족을 포함, 총 15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쿠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2020년 5월 24일)의 다음 날에도 출근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확진자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용직을 추가 모집했다.
쿠팡 코로나19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쿠팡이 충분한 방역과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조사 자료를 모아 같은 해 9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관련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을 지난해 6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산업안전보건법 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을 때 작업 장소에서 노동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와 의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은 집단감염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관련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 따르면 당시 집단감염 피해자 중 1명은 후유증으로 여전히 중환자실에 있으며, 2차 전파율은 45%에 달해 국내외 연구 사례 57건의 평균(18%)을 2배 넘게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당시 집단감염 사태를 언론에 처음으로 알린 노동자는 해고돼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해고자인 강민정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사무국장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제2, 제3의 집단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서 송파경찰서가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이미 고용노동부로부터 당시 피해자들은 산업재해 인정도 받았는데, 송파경찰서가 이제 와서 쿠팡의 책임을 면해주려는 ‘부실 수사’에 나선다면 이는 피해자의 고통만 키우는 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은 송파경찰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지난 2일 정식 공문을 보냈다. 이날 송파경찰서장의 부재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앞으로 수사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