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야당이 강행처리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9번째 거부권 행사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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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4법 재의 요구안을 12일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회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회적 공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방송 4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 시청자위원회와 언론 현업단체·학계에 이사 추천권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공영방송 공정성을 회복한다며 방송 4법을 강행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이 친야(親野) 노조에 장악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주 방송 4법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의결하면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들은 공영방송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그간 누적되어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 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송 4법은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됐다.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 출석한 상황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에 찬성표를 던지면 법률로 확정되지만 그러지 않으면 폐기된다. 현재 국회에서 야당 의석은 192석으로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에 8석 못 미친다.
야당의 입법 강행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13일, 늦어도 20일엔 전 국민에 2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과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 역시 여당 불참 속에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들이다.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한우법 등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