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박근혜 정권 말기에 ‘계엄령’ 선포를 검토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비밀 문건 관련, 해당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숨긴 혐의를 받는 기우진 전 기무사 전 5처장(수사단장)이 무죄를 받은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벌금 5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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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 1-3부는 허위공문사 작성 및 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 교사 등 혐의를 받는 기우진 전 처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기 전 처장은 군사법원에서의 1심 당시 허위 공문서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숨기도록 지시한 과정에서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고, 군 검찰은 이에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구계획문서에 들어갈 구체적 내용을 작성하게 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발송까지 해 관련 공문서의 허위 작성 혐의는 충분히 인정된다”며 “계엄령 관련 문서를 검토했다는 것도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만큼 위법성 여부를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공전자기록 위작을 교사(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사범 성립을 위해서는 교사 행위와 더불어 지시를 받은 정범의 실행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지시를 받고 위작 행위가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계엄령 관련 요건 등을 검토해 작성하고, 이를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해 행사한 죄질은 가볍지 않다”면서도 “군 상사의 지시를 거역하기 어려웠을 부분과 더불어 전과가 없으며, 장기간 성실히 근무해온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기 전 처장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서 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인 2018년 폭로된 해당 문건에는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유고 등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과 더불어 병력 배치 계획 등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사이버전문팀을 통한 민간인 사찰 시도 정황 등도 확인됐다. 기 전 처장은 이 과정에 관여해 해당 문건을 감추기 위해 키리졸브(KR)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중 생산된 훈련 2급 비밀로 등록해 은폐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기 전 처장과 더불어 당시 소강원 전 3처장, 방첩정책과장 등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보고했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지난 3월 5년여 만에 미국에서 귀국해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