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어들이 차례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크래프톤 등에 이어 카카오페이 역시 1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다. 이에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의존한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가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결과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기존 증권신고서의 효력은 정지되며, 수요예측과 청약 등의 일정 역시 미뤄질 수 있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후 회사가 3개월 이내에 정정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는 자동으로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신규 투자자들이 증시에 유입되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보다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최소 한 번 정도의 증권신고서 정정이 이뤄지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많게는 두 번에 걸쳐 정정 요구를 받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중소형 기업들뿐만이 아니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대어들도 고평가 논란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 이날 상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두 차례의 정정을 거쳐 공모가를 낮췄고,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인 크래프톤 역시 한 차례 정정을 통해 공모가를 10% 가량 낮췄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 역시 공모가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총 1700만주 신주 모집, 주당 공모 희망가 6만3000~9만6000원을 제시했다. 특히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배정을 제시하며 ‘국민주’를 노리는 행보를 보여줬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있었다. 미국 페이팔, 브라질 팍세구로 등 해외 핀테크·금융 플랫폼 기업들을 비교군으로 선정하고, 주가수익비율(PER) 비교 방식이 아닌 성장률 조정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EV/Sales) 방식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에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라는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차별화 지점인 만큼 이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한편 카카오페이가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만큼 청약 일정 역시 미뤄질 수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공모 일정에도 조정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