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한되면서 택시 기사들에게는 ‘밤 9시’가 새로운 기준이 됐다. 사람들은 이 시간 택시를 잡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이 시간에 맞춰 승객을 한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택시기사들은 만취 승객들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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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인 권모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시 강남구 부근에서 한 남성을 태워가다가 욕설을 들었다. 권씨는 “손님이 교대역 인근 호텔로 가달라고 해서 갔는데, 내리지 않고 욕설을 하더니 이내 동서울터미널로 가자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하더라”고 말했다. 권씨는 “계속 내리지 않고 욕을 하길래 하차를 요구했더니, 택시 뒷좌석 문을 주먹으로 쳐서 찌그러뜨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씨는 지난달 24일 서초경찰서를 찾아 블랙박스와 택시 요금을 결제한 카드 영수증 등을 제출하고 사건을 접수했다. 그는 수리 비용 등 60만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뿐만이 아니라 “덩치 큰 남성이 택시에 타면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고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개인택시를 10년 이상 몰고 있다는 50대 남성 박모씨 역시 “요새는 마스크를 택시 안에서 벗거나 끼지 않은 손님들과의 언쟁이 잦다”며 “술에 취한 경우에는 말도 듣지 않아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8년째 몰고 있다는 김모(60)씨 역시 “코로나19가 유행이라더라도 술 마실 사람은 9시면은 다 마신다”며 “그런 사람이 행패를 부리고 그럴 때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속 줄어드는 택시… 수입도 ‘뚝’
이처럼 택시의 대수는 줄어들었지만, 택시 기사들의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시원찮다. 주로 강남 지역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송모(42)씨는 지난 3일 오후 9시쯤 삼성역 인근에서 손님을 태우고 노원구 상계동으로 향해 2만500원을 벌었다. 하지만 이후 손님은 뚝 끊겼다. 상계동에서 밖으로 나가는 승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송씨가 12시간 동안 운행을 하고 벌어들인 돈은 12만원. 최근 비싸진 연료비를 내고 나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7~8만원 남짓이라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송씨의 월수입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송씨는 “밤 9시부터 새벽 1시간이 손님이 가장 많을 시간대인데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손님이 있으면 그날은 공치는 것”이라며 “기사들 입장에서는 손님을 가려 받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서울 외곽 지역이라도 어쩔 수 없다. (외곽으로) 가면 그날은 수입이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김씨는 “조합에서 주는 퇴직금 명목의 ‘이직위로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기사들이 내는 협회비에서 나간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9만원 정도 했던 협회비가 지금은 14만원 정도로, 그만큼 많이 이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사 박모씨는 “실제로 아는 기사 몇몇은 배달업이 낫겠다며 택시 면허를 처분하기도 했다”며 “택시를 모는 것보다 수입도 좋다고 한다”며 씁쓸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