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디지털프라자’에 전시된 모든 삼성전자의 첨단 기기들은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판매하고 고칩니다. 바로 이 곳에서 우리는 함께 일터를 바꾸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 삼성 전자계열사 5곳에서 모인 9개의 노동조합들이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디지털프라자 앞에서 연대 출범식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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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모여 있는 서울 강남구의 삼성 대치 메가스토어 앞, 이곳에 모인 삼성 전자계열사 5곳에서 만들어진 9개의 노동조합은 상설 연대체를 출범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모두 소속은 다르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겠단 뜻은 모두 같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노동조합이 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출범사를 맡은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이곳에 모인 노조들은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무노조 경영을 사과했지만, 여전히 사측은 일방적인 교섭 불참을 선언하는 등 ‘불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에 소속이 모두 다른 9개의 노동조합이 함께 모여 연대체를 출범하고, 모두가 겪고 있는 일터 내 안전과 건강 문제를 알리고 회사를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모인 노조들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포함해 개별 노조인 △삼성전자노조 ‘동행’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다. 또 전국민주동조합총연맹 소속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통합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삼성SDI지회(천안) △삼성SDI지회(울산)도 함께했다.
이 노조들은 속해 있는 상급 단체는 물론, 직무와 일하는 곳 모두 다르지만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모인 이들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자는 목표를 공유했다. 이들은 각 사업장의 노동 실태 설문조사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함께할 계획이다.
이날 노동자들은 각자 처한 현실을 공유하고 단결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이민천 삼성전자서비스통합지회장은 “우리는 100㎏가 넘는 세탁기, 냉장고를 한 명 혹은 두 명이 수리하느라 어깨·허리 통증에 시달린다”며 “이러한 질환 예방 노력을 위해 회사 역시 나서달라”고 했다. 고객들에게 제품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이강건 삼성전자판매지회 사무장 역시 “고객과 마주하는 삼성의 ‘얼굴’로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회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모두가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상설 연대체는 노사가 나서 상생기금을 조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는 등 단순히 노조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광진 삼성SDI 천안 수석부지회장은 “대기업으로서 많은 기부를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폭등한 난방비를 포함한 고물가를 겪는 와중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연대는 단순한 직원들의 연대가 아닌, 더 많은 동료 시민과 약자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며 “노사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노조 활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 전자계열사 상설 연대체에 따르면, 이들은 각 노조 대표 9명이 함께하는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해나간다. 이후 가입 신청을 원하는 추가 사업장, 계열사 등으로도 점차 외연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