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서울 서초 아크로비스타 앞 ‘양산 맞불 집회’가 23일 10일차를 맞으며 장기화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의 피해 호소에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스피커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집회 주최 측인 ‘서울의소리’를 둘러싼 고발이 이어지는 등 갈등이 안팎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 23일 서초 아크로비스타 건너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소리 집회 현장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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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기반의 진보 성향 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 14일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 중단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 촉구 등을 요구하며 일주일 넘게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소음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7일을 기한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집회 개최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이날은 서울 지역에 강한 비가 내렸지만 모인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우비를 입고 모인 10여명의 사람들은 ‘김건희 구속’ 등의 문구가 쓰여진 종이 피켓을 들고 노래에 맞춰 “김건희를 구속하라”, “윤석열은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만 시위 첫날 등장한 대형 앰프, 꽹과리와 북 등이 사라진 만큼 소음은 시위 초기에 비해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여전히 길 하나를 두고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의 천막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들 사이에 충돌은 없었다.
다만 인근 주민들은 계속된 집회 ‘소음’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전날 서초경찰서에 고성능 마이크 등의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원헌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대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수험생과 노인, 어린이 등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주민들은 경찰 조치에도 불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이 제기된 지 하루만에 경찰은 ‘액션’을 보였다. 이날 오전 서초경찰서는 서울의소리에 오후 6시 이후 스피커 사용을 금지하는 집회·시위 제한 통고를 내렸다. 경찰이 스피커 사용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스피커를 제외한 메가폰, 마이크 등은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의소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초경찰서로부터 야간 스피커 사용 금지를 통고받았다”며 “경찰과 굳이 부딪힐 이유가 없으므로, 경찰의 조치를 준수하며 계속 합법적인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23일 아크로비스타 앞 외벽에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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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각종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김건희 여사의 팬카페 ‘건사랑’ 측은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날엔 서울의소리 기자 장모씨를 서초경찰서에 추가로 고발했다. 건사랑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를 ‘주가조작범’으로 표현, 명예훼손을 가하고 있고 대한민국과 대통령 부부를 사랑하는 국민에게도 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시위와 관련,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소음 중지 명령 등에 대해 응하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사법조치를 엄격히 할 것”이라며, 관련 법령 등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충돌 등이 없었기 때문에 질서 유지 등에 중점을 두고 원칙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