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에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에게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전직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에 대한 첫 공판이 7일 열렸다. 이날 박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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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이날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병철)은 오전 11시 20분 특정범죄가중처벌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 박모(41)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박씨에 대한 공판은 지난 달 7일로 예정돼있었으나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로 연기된 끝에 이날 첫 공판이 진행됐다. 그 사이 박씨는 재판부에 두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날 재판장에는 수형복을 입고 페이스 쉴드, 마스크를 착용한 박씨와 함께 ‘조회업자’로 활동하며 흥신소 업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 민씨가 모두 출석했다.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모두 혐의를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공소장에 적힌 개인정보 조회와 뇌물 공여 등 횟수에는 일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나 정보 조회의 건수, 뇌물을 주고 받은 횟수 등에 대한 숫자는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며 정확한 수치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원시 권선구청의 건설과 공무원으로 일해온 박씨는 지난 2020년부터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해 ‘텔레그램’을 통해 정보 조회를 요구한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해왔다. 박씨는 차적 정보를 이용, 해당 차주의 이름과 주소지 등을 확인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석준 사건’ 피해자 정보 제공의 대가로는 2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10일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전 여자친구 B(21)씨의 집에 침입, B씨의 어머니와 동생을 흉기로 찔렀다. 이에 B씨의 어머니는 숨졌고, 동생은 중태에 빠졌다. 범행을 준비하기 위해 이석준은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를 확보했고, 흥신소 직원들은 박씨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았다. 이들 흥신소 직원 3명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박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자신의 의견을 읽었다. 박씨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나만 바라보는 토끼 같은 딸, 와이프(부인), 그리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한순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참지 못했던 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으로서 남들보다 청렴하고 정직하게 생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을 반성,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이렇게 반성하는 시간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씨는 재판부에 반성문과 더불어 자신의 딸 사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이번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중대하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던 만큼 상당한 사회적 피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공소장에 적힌 개인정보 조회와 뇌물 공여 횟수 등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