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안 이행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오던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단식 53일차인 19일 단식을 중단했다. 임 지회장과 연대하는 시민단체와 화섬노조는 릴레이 단식, 불매운동 등으로 사측에 항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민주노총 화섬노조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의 단식 중단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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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화섬노조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임 지회장의 단식 중단 소식을 밝혔다. 임 지회장은 장기간의 단식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발언에 나선 권영국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 대표는 “임 지회장의 단식은 끝났지만, 시민들이 나서 SPC 그룹을 규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대표는 “단식을 푼 건 시민들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SPC 그룹은 여전히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을 이어가고 있어 시민들 역시 이 부도덕한 경영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은 SPC 그룹을 ‘반사회적 기업’으로 명명하고, 파리바게뜨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지회장은 지난 3월 28일부터 이날까지 53일간 단식 농성을 이어왔다. 그는 자회사를 통한 제빵기사들의 직접 고용, 급여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2018년 SPC의 사회적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았고,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며 농성에 나섰다.
임 지회장의 단식이 길어지자 일부 시민은 SPC 불매 운동으로 지지의 의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8일엔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를 포함, 70여개의 시민단체가 SPC 제품 불매와 더불어 해피포인트 탈퇴 등의 행동에 나설 계획을 전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SPC의 노동 탄압을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한 노동자가 50여일의 단식으로 목숨을 태워가면서 절규했어도 노동기본권 보장 등 단순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SPC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임 지회장의 단식이 마무리되더라도 시민사회가 SPC의 노동탄압에 사회가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 지회장 역시 직접 발언에 나서 자신의 단식은 마치지만, 투쟁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 지회장은 “단식을 중단하는 이유는 투쟁에서 승리해서도, 포기해서도 아니다”며 “살아서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단식을 접는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을 끝내면 관심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조합원들도 살아서 노조를 지키자고 이야기했고, 시민단체들도 결집해 함께 싸우겠다고 말해주셨기 때문에 ‘투쟁 2막’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SPC 그룹의 진정한 사과와 사회적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SPC는 불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휴식권과 모성보호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투쟁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