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화재로 하반신마비 노동자…法 "시공사 등이 7억 배상하라"

원고 일부승소 판결…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책임은 인정 안해
  • 등록 2023-05-11 오후 2:30:28

    수정 2023-05-11 오후 2:30:28

2020년 5월 1일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등 정부 합동감식반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20년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로 하반신 마비 부상을 입은 노동자가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7억원에 가까운 배상을 받게 됐다. 다만 법원은 발주사인 한익스프레스에 대해선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4단독(하효진 판사)은 이천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했던 A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시공사 건우와 감리업체 등이 A씨에게 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지난 2020년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A씨를 포함한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사고로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감리단장, 안전관리자 등 3명이 실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만 한익스프레스 소속 물류센터 TFT팀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당시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냉동창고 천장과 벽면에 우레탄폼 도포 작업을 하던 중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화재를 피하기 위해 작업 중이던 건물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척수손상 등에 의한 하반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이후 휴업·요양급여로 근로복지공단에서 3억3000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시공사인 건우와 소속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 감리업체와 감리단장에 대해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공사현장에서 작업하던 A씨가 원인 불명의 화재 발생을 빠르게 인식해 대피하는 것을 어렵게 해 A씨가 부상을 입었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한익스프레스와 소속 임원에 대해선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했다거나 선반 설치 작업을 강행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화재 피해 확대 방지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야기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현장소장 등의 책임과 관련해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주의의무위반과 화재 발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건우와 감리업체 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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