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취소' 겁박한 경찰관…법원, 벌금형 선고

서울동부지법, 강요미수 혐의에 벌금 300만원
경찰청 유실물 사업 담당 중 낙찰 관련 민원 제기
민원인 직접 만나 "올해는 그냥 가라" 취소 종용
재판부 "지위·직무 등에 비춰보면 강요·협박 성립"
  • 등록 2022-08-26 오후 4:36:30

    수정 2022-08-26 오후 4:36:3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민원인을 협박, 제기한 민원을 취소할 것을 종용한 경찰공무원이 법정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경찰청 내 지위와 직무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강요의 의도가 성립한다고 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박강민 판사는 지난 18일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경찰청 소속 김모(45)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인 2020년 경찰청 생활질서과에서 유실물 사업 담당자로 일한 김씨는 경찰청의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 운영·유지관리 용역사업과 관련, 해당 사업에 입찰했다가 탈락한 A사의 민원을 받았다. A사는 낙찰받은 B사가 허위실적 증명을 제출해 입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는 민원을 취소하겠다고 마음 먹었고, 2020년 7월 8일 경찰청 인근 카페에서 A사 관계자 박모씨를 만나 겁박했다. 김씨는 “전임자와 주고받은 메일 등으로 유착 관계를 확인했는데, 수사하면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올 것 같냐”며 “올해는 그냥 가라, 민원은 조달청으로 넘기라고 했고 다시 이쪽으로 오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취소할 것을 종용했지만, 박씨가 이를 거절하며 미수에 그쳤다.

이후 김씨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자신에게 강요의 고의가 없었고 자신이 줄 수 있는 해악을 고지하지 않은 만큼 강요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자유를 방해할 정도가 되면 성립된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인 김씨의 당시 업무나 지위 등을 보면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은 생활질서과에서 관련 사업의 진행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해 이와 관련된 수사 의뢰 여부와 관해 영향력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며 “피해자 역시 피고인의 발언에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씨는 김씨의 민원 취소 요구에 2020년 사업이 종료된 이후 작년 2월에서야 직접 고소했다. 박씨는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고소했다면 김씨가 어떤 트집이라도 잡아 괴롭힐 것 같아서 바로 고소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나름대로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B사와의 유착 관계 등은 없었다”며 “여기에 피해자가 제기했던 민원 역시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종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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