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큰 차도 들어와야 하고, 인력도 더 필요한데… 복구가 늦어질 것 같아요.”
이틀 전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서울 동작구의 전통시장인 남성사계시장은 10일 복구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 시장 기물과 집기 등으로 길은 지나가기조차 어려웠다.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허탈해하면서도 물을 쓸고 기물을 닦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 10일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의 모습. 폭우에 밀려나온 쓰레기, 기물 등이 쌓여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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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데일리가 돌아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은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지하철 이수역과 가까운 시장 입구에서부터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민방위, 군사경찰 조끼를 착용한 이들이 인도와 차로로 밀려 나온 쓰레기, 기물 등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쪽인 시장 ‘봄길’, ‘가을길’ 등 초입 구간은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 피해는 주로 이 곳에 집중됐다. 시장 내 점포 곳곳에서는 입간판, 냉장고, 진열대 등이 물에 쓸려 내려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족발집 냉장고와 식재료, 금은방 진열대, 순대국집 입간판 등 점포와 업종 상관없이 온갖 기물들이 한 데 뭉쳐 더미를 이뤘다.
상인들은 가게 내에서 물을 쓸어내고, 간신히 살려낸 기물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냉면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게 앞에서 냉장고의 남은 육수 등을 정리하고, 그릇을 하나하나 물로 씻어내고 있었다. 박씨는 “이래서야 언제 장사를 다시 시작하겠냐”고 중얼거리면서 쉼없이 손을 놀렸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그저께 가게 냉장고가 물에 둥둥 떠 내려갔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며 “오늘은 또 그게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어, 보이지 않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지대에 위치한 점포들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시장은 온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었다. 상인회 관계자는 “저지대, 지하와 골목 사이길 등의 점포들 피해는 정확히 파악이 어려울 정도”라며 “약 50% 정도만 오늘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복구에 한창이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 10일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상인들이 침수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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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날에도 비가 내렸기 때문에 복구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부터 시장 인근의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복구 인력이 필요한 점포들이 인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부스,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신청할 수 있는 부스가 함께 마련됐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관계자들, 동작구가 지역구였던 나경원 전 의원 등도 현장을 돌아보며 상인들로부터 애로 사항 등을 들었다. 구청 관계자에 봉사자들, 상인들까지 얽혀 시장 길은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시장 상인과 상인회 관계자들 등은 빠른 복구를 위해선 구청 등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용희 남성사계시장 상인회 사무국장은 “상인들 중에서는 기물 청소를 위해 큰 차량을 투입하고, 깨끗한 물을 끌어다가 쓸 수 있는 펌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구청 등 지자체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