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중국인 사위와 돈 문제로 다투던 끝에 흉기로 그를 살해한 50대 중국 국적의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인 당시 정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
|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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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병철)는 10일 살인 혐의를 받는 A(57)씨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 당시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20년 등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A씨의 재범 위험도를 ‘보통’으로 판단, 전자 장치 부착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세한 살해 경위가 기억나지 않고, 다툼 중 정당방위였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는 방어흔이 있지만, 피고인에게는 칼을 빼앗는 등 과정에서 통상 생길 만한 상처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또한 직접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위를 죽였다’고 말한 등 사실을 종합해보면 살해의 정황이 명확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 이후 피해자의 모친 등 유족들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범행을 자백,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보인 등 점을 종합적으로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1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사위인 중국인 30대 남성 B씨와 말다툼 끝에 그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B씨의 금전 요구로 인해 갈등을 겪어왔고, 금전 요구가 거절당하자 다툼이 벌어졌다.
A씨는 살인이 일어나게 된 구체적인 정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B씨의 공격을 방어하던 과정에서 일어난 ‘정당 방위’였음을 주장한 바 있다. A씨의 딸 역시 아버지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중국의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왔고, 본인 스스로 수사에 협조했으며 유족들 역시 선처를 요청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최씨에 대한 선고는 순차 통역이 이뤄졌다. 선고를 들은 A씨는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법정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