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에 열리는 대학 축제들에 유명 연예인 공연이 곁들여지자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생증을 거래하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 25일 SNS에 ‘한양대 학생증’을 검색하면 나오는 양도 관련 게시글들. (사진=트위터 캡처) |
|
각 대학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까지 중앙대와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시내 대학들에서 5월 맞이 봄 축제가 열린다. 각 대학은 이번 축제에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도 준비했다. 싸이, 걸그룹 에스파, 잔나비, 지코, 다이나믹 듀오 등 인기 연예인들이 축제 무대에 선다.
대학들은 재학생들이 무대 앞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우선권을 부여키로 했다. 지역 주민, 특정 연예인의 팬들까지 대거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일종의 ‘재학생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양대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증을 보여주면 재학생용 팔찌와 스탬프를 통해 먼저 입장이 가능한 ‘한양존’ 등을 운영키로 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생증’이 거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한양대 학생증’, ‘학생증 양도’ 등을 검색하면 날짜별로 학생증을 대여해줄 수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증을 빌리고 싶다는 글도 물론 있다.
축제를 앞둔 지난 24일부터 25일 사이 학생증의 하루 대여 가격은 5만~1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다. 오는 26일 학생증 대여 의사를 밝힌 한양대 학생 A씨는 “지금까지 최대 10만원을 제시 받았다”며 “2~3만원 정도만 더 얹어주면 바로 거래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B씨는 “25일(싸이 공연), 26일(에스파, 잔나비 공연)은 7만원에 빌려줬다”며 “27일은 5만원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당일 학교에 찾아와서 연락하면 학생증을 빌려주고, 같이 입장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트위터로 하루 5~6건의 양도 문의를 받았다고 한다.
학생증 거래 의사를 밝힌 이들은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안 가려고 했고, 필요한 사람에게 양도하는 건 내 자유”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달라진 대학 축제 풍경에 씁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학생들 중심의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생증도 돈벌이 수단이 됐는데 총학(총학생회)에서 검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트위터에 학생증 양도 글 올린 사람들은 제재할 수 없냐”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한양대 졸업생인 송모(30)씨는 “학생증 거래까지 이뤄지는 줄은 몰랐다”며 “예전엔 축제 때 같이 놀고 추억을 쌓았는데 이젠 개인적인 ‘용돈벌이’ 기회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