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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한 상태로 술을 마신 것이지, 마약을 한 게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 측 주치의도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의 마약류, 향정 성분을 보고 마약 투약 혐의가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다”며 “‘마약류’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 성분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로 마약류 관리법에서 규정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 처방을 통해 일반인들 역시 접할 수 있다. ‘프로포폴’, ‘졸피뎀’ 등은 증상에 따라 처방이 가능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의존의 위험성이 커 유명인들의 남용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도 술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아직까지 무엇을 복용했는지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모발 검사 결과, 처방전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용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 심각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3년째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A(31)씨는 “병원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해도 가끔 항우울제를 먹고 맥주 등을 마신 적이 있다”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쉬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약물 자체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상황에서는 병원, 의사를 통해 처방받는 약물이더라도 주의를 기울여 살피고, 의사들 역시 책임 있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의료 소비자로서 자신이 먹는 약의 중독성, 의존성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의사도 환자 상태를 고려한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처방에 대한 통합적인 감시 시스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