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받은 약인데 괜찮지 않나요”… 일상 속 ‘향정’ 주의보

마약 혐의 배우 이상보 “항우울제·신경안정제 복용” 주장
병원 처방 통해 쉽게 접해, SNS 판매도
처방받는 의약품이라도 의존·중독성 커
“환자 스스로 경각심 갖고, 의사도 처방에 신중해야”
  • 등록 2022-09-28 오후 3:10:17

    수정 2022-09-28 오후 3:10:17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최근 배우 이상보씨의 마약 투약 혐의 관련, 향정 성분의 정신과 의약품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단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를 통해 처방이 이뤄지더라도 환자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강남경찰서는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배우 이상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이씨는 ‘마약 복용이 의심된다’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이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한 상태로 술을 마신 것이지, 마약을 한 게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 측 주치의도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의 마약류, 향정 성분을 보고 마약 투약 혐의가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다”며 “‘마약류’는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 성분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로 마약류 관리법에서 규정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병원 처방을 통해 일반인들 역시 접할 수 있다. ‘프로포폴’, ‘졸피뎀’ 등은 증상에 따라 처방이 가능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의존의 위험성이 커 유명인들의 남용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도 술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경찰도 이씨의 체포 당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에 이어 소변 검사 결과 향정 관련 복합적인 반응은 확인한 상태다. 다만 통상 소변보다 오래 마약 성분이 남아 있는 모발 검사의 결과는 아직 통지되지 않은 만큼 최종 판단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아직까지 무엇을 복용했는지 등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모발 검사 결과, 처방전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처방을 통해 손에 넣는 경우 외에도 식욕 억제제로 흔히 쓰이는 향정 성분의 ‘디에타민’ 디에타민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거래되며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SNS에서 ‘디에타민’을 검색하면 “처방 받았는데 효과가 없어 소분해서 판다” 등의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복용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 심각성을 크게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3년째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A(31)씨는 “병원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해도 가끔 항우울제를 먹고 맥주 등을 마신 적이 있다”며 “정신적으로 힘들 때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쉬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약물 자체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상황에서는 병원, 의사를 통해 처방받는 약물이더라도 주의를 기울여 살피고, 의사들 역시 책임 있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의료 소비자로서 자신이 먹는 약의 중독성, 의존성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의사도 환자 상태를 고려한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처방에 대한 통합적인 감시 시스템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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