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냉동고와 실외기 등을 마트에 설치해줬지만 대금을 받지 못한 70대 형제, 이들은 직접 다시 마트를 찾아 물건들을 갖고 나왔다.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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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백모(73)씨는 동생 백모(70)씨와 함께 실외기, 냉동기 등을 설치하는 회사를 운영해왔다. 형제는 지난 2018년 7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마트에 냉동고, 진열대 등의 설비를 놓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설비 대금의 담보를 위해 소유권을 자신들에게 설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마트가 이를 갖는 ‘대여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간에 마트 운영 업주가 바뀌면서 설비대금 일부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형제는 2019년 2월 직접 마트에 침입, 대여약정을 근거로 자신들이 설치한 제품을 되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형제는 약 10여명의 인부들과 함께 마트 정문으로 침입했다. 이들은 인부들에게 “내가 책임질테니 다 뜯어”라고 지시했지만, 출동한 경찰관들로부터 제지당해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이들은 연말까지 6차례에 걸쳐 마트에 추가 침입, 3억원에 가까운 냉동고와 냉장고, 진열대 등 시설물을 가져 갔다. 이들은 제지하려던 직원들을 밀치고, 어깨를 할퀴는 등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백씨 형제는 지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이들은 “원래 회사에 귀속된 물건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고, 몸싸움 역시 정당행위인 만큼 폭행죄의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판사는 형 백씨에게는 징역 1년 6월형의 실형으로, 동생 백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마트)가 여전히 물품과 설비를 관리하고 있었고, 이들이 가져간 물건 중에서는 마트가 별도로 구매한 물건들도 포함돼있었다”며 “물건 자체의 피해와 마트 영업 지장 발생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