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고 많았어”…차분히 치러진 세번째 ‘코로나 수능’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치러진 17일 풍경
해 뜨기 전부터 수험생 입장, 학부모들 “파이팅!”
학부모들, 시험 맞춰 사찰 등지서 간절한 기도
지각하고, 고사장 잘못 찾고…‘경찰차 찬스’ 209명
  • 등록 2022-11-17 오후 5:49:57

    수정 2022-11-17 오후 9:24:55

[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그동안 고생했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전국 1300여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이전엔 연례행사였던 선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3년째 허용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은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을 업고 시험을 치렀다. 다행히 ‘수능 한파’는 없었던 이날,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긴장 속 하루를 보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이날 입실 마감 시간은 오전 8시 10분이었지만, 오전 7시부터 수험생들은 속속 고사장에 들어섰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수험생들은 도시락 가방, 담요, 수험표와 요약본 등을 들고 교문을 통과했다.

서울 종로 경복고등학교에 아들을 바래다준 어머니 최모(60)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싸줬다”며 “17년 만에 생긴 막내인 만큼 온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문으로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50대 이모씨는 “실력만큼, 실수 없이 보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 반포고등학교 앞에서도 “화이팅”, “실수만 안 하면 돼”, “부담 갖지 마” 등 수험생을 향한 가족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주부 A(51)씨는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고생했던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했다.

수능 때마다 벌어지는 ‘뜻밖의 사고’는 올해도 있었다. 반포고를 찾은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배정 고사장은 개포고등학교”라는 안내를 듣고 망연자실에 빠져 있다가 급히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갔다”며 고사장 관계자에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수험생의 대박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사진=황병서 기자)
시험이 한창인 시각, 가족들도 서울 시내 주요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종교 시설에서 마음을 졸였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강남구 봉은사 등 대형 사찰의 경우 법당 안은 물론, 바깥 마당에서도 기도를 하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8배를 올리는 이들, 끊임없이 합장을 하고 기도문을 외는 이들이었다. 경내엔 ‘수능 대박’, ‘소원 성취’ 등이 빼곡하게 적힌 메시지 보드와 공양에 쓰이는 기왓장, 초가 가득했다.

조계사에서 만난 이모(75)씨는 “올해 시험 보는 손주가 셋인데,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면서 “아이들이 수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응원하면서 기다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봉은사를 찾은 설모(53)씨는 “딸이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합장했다.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과 기동대를 포함해 인력 1만163명을 배치했으며,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1668대로 주변 교통 관리를 했다. 수험생을 위해 경찰 차량 태워주기(209건), 수험표 찾아주기(12건) 등 총 25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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