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17일부터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는 물론 가공유와 유제품,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들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음료부터 디저트까지 우유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카페에선 특히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크지만,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연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
원유, 유제품의 수급과 개편을 총괄하는 낙농진흥회는 지난 3일 원유 기본가격을 1리터(ℓ)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17일부터는 소비자들이 접하는 흰 우유 가격의 출고가에도 여파가 미쳤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제품군 가격 평균 6% 인상을 결정했고, 매일유업, 동원F&B 등도 5~8%가량 흰우유 가격을 올렸다.
이에 음료부터 디저트까지, 곳곳에서 우유가 사용되는 카페에서는 걱정이 커졌다. 이미 유제품 공급 업체에서는 17일 본격적인 인상에 맞춰 우유는 물론 생크림과 휘핑크림 등 유제품에 대한 새로운 가격을 통보해 오른 가격으로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우유의 경우 1리터당 200원, 생크림은 500g에 500~1000원 가량 일제히 가격히 올랐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오른 만큼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음료뿐만이 아니라 케이크 등 디저트 품목의 경우 1년 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격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제기된다. 실제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주부터 납품 가격이 오른다고 연락을 받아서 고민이다”, “메뉴판에 들어가는 모든 게 올랐다, 메뉴판을 새로 써야 할 판” 등의 토로가 쏟아졌다.
오른 가격을 충당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파는 경우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28)씨는 “작은 개인 카페면 따로 공급받는 대신 근처 대형 마트를 돌며 할인 상품을 사오는 것이 더 낫다”며 “우유와 버터, 크림치즈 등 유제품은 물론 달걀 등도 조류독감(AI)으로 불안해서 발품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연말을 앞두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A씨는 “우유가 많이 들어가는 라떼류 음료 가격 인상은 연말이 되면 2~3%, 한 잔당 최소 500원 가량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프랜차이즈 카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디저트류도 이미 지난 10월 한 차례 가격을 올린 곳들이 있는데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정도로 부담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파이와 미니 케이크 등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전모(41)씨 역시 “대부분 수입 재료를 쓰고 있고, 맞춰 둔 레시피에 따라 균일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사용하는 재료를 바꾸기도 힘들다”며 “겨울 중 성수기로 꼽히는 수능 시즌을 넘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데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고…”라며 고민을 전했다.
자영업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정부는 추가적인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우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원유 가격 상승 외에도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