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을 찾은 직장인 김모(34)씨. 휴대폰으로 예매한 티켓을 출력하려 했지만 무인발권기는 고장이었다. 김씨는 “직원에 물어도 고쳐줄 이가 없는지 ‘그냥 들어가시면 된다’고만 하고, 표 확인도 안하더라”며 “팝콘 사려고 하니 매점 줄에서 30~40분을 기다려 해 짜증이 났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해제된 영화관에 관객이 빠른 속도로 돌아오고 있지만 감축됐던 일손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관 직원들은 ‘업무 과다’를,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 지난달 28일부터 영화관에서의 실내 취식 제한이 해제됐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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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10일 열흘 간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478만명이 넘었다. 지난 4월 한 달(312만명)은 물론, 지난해 같은 달(438만명)을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거리두기 해제와 실내 취식 허용, 연휴와 함께 개봉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2’가 누적관객 4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등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관객이 넘쳐나도 응대할 직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유행 시절 대거 감축했던 인력 충원이 다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1220억원의 흑자를 냈던 2019년까지만 해도 CGV의 단시간 기간제 근로자는 2009명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으로는 563명으로 2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CGV 한 직원은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지금 시킨 팝콘은 직원들의 수명을 갉아서 내 드린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현재 CGV에선 직원 3명이 3교대 근무 중”이라며 “미소지기(아르바이트생)는 물론, 정직원도 12시간씩 서서 일하고 밥은 물론이고 물도, 화장실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이 직원만이 아니다. CGV뿐만이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직원들도 “단 1분도 앉지 못해서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 “CGV뿐만이 아니라 3사 모두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대학생 A씨는 “단순히 영화만 틀어주면 끝나는 업무가 아니고,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수시로 다른 관에 대한 청소, 비품 채우기와 관리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모든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보이지 않는 곳에도 일하는 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3명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관객들은 불편과 불만을 동시에 토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영화 티켓의 가격이 2~3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올랐음에도 서비스 질이 되려 떨어졌다는 데 분통을 터뜨린다. 한 영화관에서 5년째 VVIP 등급을 유지 중인 직장인 박모(32)씨는 “일방적으로 관람료를 올려놓고 관객이 필요할 땐 제대로 된 도움을 안준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굳이 충성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일단 단기채용 등을 늘려 빠른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CGV 관계자는 “지난 연휴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몰려 일시적인 애로가 컸다”며 “현장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가 채용과 교육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