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헬릭스미스(084990)가 오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김선영 대표이사의 퇴진 등 회사의 주요 인사들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다. 소액주주연대는 그간 회사의 무책임한 경영을 지적하며 새로운 인사들로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회사 측은 주요 파이프라인 ‘엔젠시스(VM202)‘의 임상에 현 경영진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이에 맞서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오는 14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헬릭스미스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의 요청으로 소집된 것으로, 회사는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김선영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사외이사의 6인의 해임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내·사외이사 7인 선임 △정관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오는 1일부터 14일까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에 들어가며, 소액주주연대 측 역시 오는 2일부터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한 위임장 수취에 들어간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달할 정도로 기대를 받던 기업이었으나, 지난 2019년 주요 파이프라인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 3상이 실패하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경영진은 임상 재개와 더불어 더 이상의 유상증자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추진과 더불어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489억원에 달하는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의 사실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2019년 한때 30만원도 넘보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회사의 상황에 대해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책임 없는 경영을 지적하며 단체 행동을 진행 중이다. 변경수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연대 비대위원장은 “회사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빠졌고, 주주들이 직접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연대는 새 대표이사로 특허청장 출신의 최동규 화우 대표변리사를 포함, 법조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진을 추천했다.
다만 회사 측은 이들의 바이오 업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회사의 핵심 가치가 파이프라인인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빠르게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헬릭스미스의 입장이다. 헬릭스미스 측은 “일부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들은 바이오 업계의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다”며 “현재도 엔젠시스의 미국 3상 임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 김선영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7.24%(248만6520주)에 불과하다. 반면 약 6만5000명 이상의 소액주주들은 89.7%가량의 지분을 보유했고, 3% 이상이 모여야 소집이 가능한 임시주주총회의 경우에도 37%에 달하는 위임장을 모아 결의에 성공한 만큼 이들의 결집 여부가 충분히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연대는 최대한 많은 의결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상법 조항에 따르면 이사 선임과 해임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출석, 이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이들은 최대한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연대 본부를 마련하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위임장 모으기에 나섰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그간 주주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신뢰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바이오 회사는 임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러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간 잦은 말 바꾸기로 인해 신뢰를 잃었던 것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