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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행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의결된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한다고 31일 밝혔다. 각각 여당과 야당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다. 야당에서 추천한 또 다른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보류하면서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최 대행이 조·정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재는 일단 현재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로 재편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상유지’ 이상의 인사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여당 압박에도 불구하고 최 대행이 2명이라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건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헌정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며 “부디 금번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고 2025년 새해에는 사고 수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 속도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재판관 공석이 보충돼야 정상적인 상태에서 권한대행 사건을 포함한 여러 사건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살펴봐 달라“고 했다.
최 대행 결정에 국회는 일단 만족하지 못하는 기류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며 “오늘의 결정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은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의장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에 불만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단 헌재가 6인 체제에서 벗어난 만큼 탄핵 같은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쌍특검법 거부권엔 여당 손들어줘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은 이른바 쌍특검법(내란·김건희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거부권 행사 시한(1월 1일) 하루 전까지 재의요구안 상정 여부를 고심한 끝에 최 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결심했다.
최 대행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민적 의혹 해소라는 특검 법안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정부로서 그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고 국익과 국민의 기본권 측면에서도 우려가 많은 법안들을 그대로 공포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자세인지 수없이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쌍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재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쌍특검법은 폐기된다.
다만 여야가 협상을 통해 특검 추천권 독점 등 ‘위헌·위법적 요소’를 제거한 새로운 특검법을 입법할 가능성도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거부권이 행사돼서 (쌍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온다면 야당과 위헌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