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경찰이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합동분향소 주변에 차단벽(펜스)을 설치하려 하자 일부 유가족들과 대치했다. 유족들과 시민들의 반발로 일부 펜스는 치워졌지만,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며 30여분간 충돌이 빚어졌다.
| 15일 오후 4시쯤 서울시청 광장 부근에서 차벽 설치를 두고 경찰이 유가족들과 맞서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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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마지막 합동분향소 행정대집행(철거) 기한으로 예고했던 15일 오후 1시 분향소에 대한 철거 등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가 넘어서 분향소 주변 양측에 펜스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덕수궁을 마주하고 있는 차도 쪽은 물론, 서울도서관 쪽 인도 양 방향에 펜스 설치를 시도했다. 현재 서울시청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는 기동대 5개를 배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경찰이 펜스 설치를 시작하자,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유족들이 몰려가며 항의가 이뤄졌다. 이미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협의회) 공동상황실장은 “왜 차벽을 갑자기 설치하느냐, 설명을 해달라”고 외쳤고, 유가족들도 “이유가 뭐냐”,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차벽을 둘러싼 일부 시민들 역시 “광장이 오세훈(시장) 땅이냐, 이게 누구를 위한 나라냐”, “왜 경찰이 나서 위협감을 주냐”며 고함을 쳤다.
경찰은 서울시 측의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이 아닌 이날 오후 6시 30분에 민주노총이 예고한 백기완 2주기 추모 문화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나와 있던 한 대화 경찰관은 “다른 집회를 앞두고 혹시나 있을 마찰과 충돌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펜스 설치를 놓고 현장에서 양측간 대치는 약 30여분간 계속됐다. 유족은 물론,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된 끝에 경찰은 서울도서관 인도에 설치된 펜스 6개를 해제했다. 다만, 덕수궁 방면과 맞닿아 있는 29개 펜스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유족들은 경찰이 펜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했다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 앞의 한 유족 A씨는 “유족들에게 미리 차벽을 설치한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다른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서 미리 얘기를 못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