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서울에서 강사로 일하던 김모(49)씨는 작년 가출한 여중생의 사연을 보고 ‘자신의 집에서 가사일을 해주면 잘 곳과 생활비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청소년의 가출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집에 알리지 않고, 나름의 도움을 제안한 ‘어른’ 김씨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17일, 김씨는 가출한 여중생 A모양이 ‘지낼 곳을 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을 봤다. 김씨는 A양에게 연락했고, ‘가사 일을 도와주면 숙식과 생활비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양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김씨의 집을 찾아왔다. 김씨는 A양에게 집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먹을 것을 사라며 현금 1만원이 들어있는 서랍장 사진을 보냈다.
이후 A양은 김씨의 집에 가방을 내려두고 인근 PC방에 핸드폰 충전을 위해 나갔다. 그 사이 A양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에 경찰은 김씨의 집으로 출동했다. 이후 경찰은 김씨의 집으로 돌아온 A양을 만나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김씨의 행동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해당 법률은 실종 아동 발견시 경찰 등에 신고해 빠른 발견과 복귀를 돕기 위해 제정됐는데, 김씨의 행동은 A양의 가출을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미신고 보호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14일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강사인 김모(49)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가 실종아동의 보호와 귀가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