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외국인 관광객 5명 죽게 한 ‘가짜 술’ 정체는

모두 배낭여행객…메탄올 중독 의심
저렴한 메탄올 섞은 위조 술 만연
가정서 만든 증류주 발달도 한몫
"라오스 식품법 규제·집행 미흡"
  • 등록 2024-11-22 오후 3:21:59

    수정 2024-11-22 오후 4:52: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라오스의 관광 도시 방비엥에서 최근 2주 동안 외국인 관광객 5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가짜 알코올’로 인한 메탄올 중독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동남아지역 여행 중엔 신뢰할 수 있는 주류만 섭취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BBC가 21일(현지시간) 조명해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메탄올 중독으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호주 젊은 여성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방콕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AFP)
이날 라오스에서 오염된 술을 마신 후 병에 걸린 런던 남동부 출신의 변호사 시몬 화이트(28)가 사망했다. 영국 외무부는 “라오스에서 사망한 영국 여성의 가족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 당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외국인 배낭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라오스 방비엥에서 최근 총 5명이 사망했다. 앞서 호주 국적의 여성, 미국 국적의 남성, 덴마크 국적 2명이 사망했으며, 또 다른 호주 국적의 여성은 중태에 빠져 태국 방콕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라오스 경찰이 이들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 보도와 다른 관광객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은 밀주에서 흔히 발견되는 치명적인 물질인 메탄올이 섞인 음료를 마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BBC는 메탄올 중독은 동남아시아에서도 특히 메콩강 연안의 가난한 나라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유명 주류 브랜드의 위조품과 집에서 만든 증류주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호주와 영국 등 정부는 라오스에서 술을 마실 때 주의할 것을 시민에게 경고하고 있다. 주로 칵테일이나 개봉한 주류 병으로 만든 음료와 같은 혼합 음료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외국 정부가 이러한 지역에서의 알코올 섭취에 대한 경고를 게시하고 있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경각심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BBC는 짚었다.

메탄올은 페인트 시너, 부동액, 광택제, 복사기 액과 같은 산업용 및 가정용 제품에 사용되는 독성 알코올이다. 무향·무색의 메탄올은 알코올음료에서 발견되는 화학 물질인 에틸알코올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이에 피해자들은 음료를 마실 때 감지하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중독 증상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메탄올의 농도와 섭취량에 따라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은 20~40%에 달한다. 메탄올은 단 25㎖만 마셔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메탄올 중독으로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24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과호흡과 호흡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처음 30시간 이내에 진단되면 치료를 통해 더 심각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BBC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저개발 국가 중 하나인 라오스와 같은 국가에서는 법 집행이 미흡하고 식품 및 접객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환경을 악용하는 주류 공급업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정에서 직접 양조하는 술 산업이 발달해 있어 중독 사고가 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지 주류 생산자들은 에탄올 대신 메탄올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제품을 만들어 위조 음료를 만들기도 한다.

라오스에 있는 서방의 한 외교관은 BBC에 “부도덕한 생산자들이 메탄올이 더 싸다는 이유로 음료에 메탄올을 첨가해 더 강해 보이는 음료를 만들거나 저질 알코올음료를 더 강력해 보이게 만드는 데 사용한다”며 “메탄올 중독 사례가 지역 전역의 영사관에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오스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에서도 메탄올 중독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은 메탄올 중독 발병 건수가 보고됐다. 주로 밀주 생산과 소비가 만연한 분위기 탓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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