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아직 만개는 아니어도, 분홍색을 보니까 봄이란 계절이 그래도 실감 나네요.”
식목일인 5일 찾은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멈춘 공식 벚꽃축제는 올해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통행까지 불가능했던 2020~2021년과는 달리 올해는 석촌호수길이 개방돼 누구나 걸을 수 있게 됐다. 3년 만에 아직은 조금 이른 벚꽃을 보러 온 이들은 호수를 따라 봄을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잃었던 봄꽃놀이를 절반이나마 되찾은 이들은 마스크 너머로 웃음꽃을 피웠다.
| 5일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길의 모습. 송파구청에서 설치한 코로나19 확산방지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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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석촌호수 주변엔 벚꽃이 반 정도 피어있었다. 볕이 잘 드는 양달 쪽의 벚꽃나무들은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지만, 음달 쪽 나무들은 아직 꽃망울이 맺혀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동호와 서호를 합해 둘레 2.5㎞에 달하는 길을 따라 왕벚나무가 줄줄이 심어져 있는 덕에 길 전체는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송파구청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4월 ‘벚꽃 시즌’에는 석촌호수를 폐쇄하고, 공식 벚꽃축제 대신 온라인 벚꽃놀이 등의 행사를 열었다. 만개한 벚꽃을 온라인 영상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구청은 올해도 공식 벚꽃축제를 열진 않지만 석촌호수를 3년 만에 코로나19 이전처럼 개방해놨고,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송파둘레길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한 방향으로 공원을 걷거나, 가벼운 아침 조깅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 내 구청이 설치한 현수막에도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거리두기, 한 방향 통행 등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인근 아파트에서 살아 아침 운동을 나왔다는 주부 김모(62)씨는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하루하루 볼 때마다 더 피어나고 있는 느낌”이라며 “마스크를 잘 쓰고, 주말이 아닌 평일 아침에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나왔다”고 말했다.
가벼운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은 종종 멈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큰 카메라를 들고 나온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50대 남성 A씨는 “날씨가 좋아서 카메라를 들고 나와 봤다”며 “산수유, 개나리도 있고 봄 분위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인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임성현씨는 “다들 마크스를 잘 쓰고 있고, 거리를 두고 걷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전파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 5일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이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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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점심 시간엔 직장인들이 한 손에 음료를 든 채 짧은 산책을 즐겼고, 인근 유치원의 어린이들도 나들이를 나왔다. 오전 영상 9도 정도였던 기온도 오후 들어 영상 15도까지 오르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다. 석촌호수 안 카페의 테라스 자리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즐겼다.
일부 시민들은 가져온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내리기도 했다. 석촌호수 앞 롯데월드타워 근처에 마련된 파라솔 등에서도 3~5인 정도가 모여 마스크를 내린 채로 야외에서 간단한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보였다. 오후가 되면서 사람이 늘어 ‘한 방향 통행’이 일부 지켜지지 않기도 했지만 평일인 만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걷는 것은 가능했다.
점심 시간에 석촌호수를 찾아온 직장인 박모(31)씨는 “이제는 거리두기도 많이 완화됐고, 봄이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며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마스크 벗고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주말인 9~10일이나 다음주 초 쯤 서울 지역에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개 시기와 맞춰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꼽히는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역시 3년 만에 개방,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