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홉 살 어린이의 발을 밟고 지나간 자동차 운전자가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피해자 어린이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해서 봤을 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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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박소연 판사는 지난달 2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를 받는 송모(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씨는 작년 9월 8일 서울 송파구에서 운전을 하던 중 횡단보도를 앞두고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어린이 A군의 오른쪽 발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군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 등을 입게 됐다.
횡단보도 앞에서 운전자는 보행자가 있는지 살피고, 정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여기에 오는 12일부터는 우회전 시 횡단보도를 만나면 의무적으로 멈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사고 정황과 A군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송씨가 교통사고를 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군은 사고 후 경찰 조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밤색 승용차(송씨의 차량)가 뒷바퀴로 발을 밟았다”고 진술했다. 송씨의 차량 색깔은 A군이 진술한 차량 색깔과 같았지만, A군은 직접적으로 송씨의 차량을 ‘가해 차량’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A군은 수사관들이 피고인의 차량이 SUV 차량이라고 특정해주자 “일반 승용차보다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A군의 기억이 주변인의 진술로 인해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송씨는 “사건이 발생한 사고 장소를 운전해 지나가긴 했다”면서도 “평소 복잡한 곳인 만큼 최대한 조심했지만, 차 옆에 보행자가 다가오는 것까지 인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사회 통념상 잘못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군 역시 자신이 어떻게 횡단보도를 건넜는지, 당시 송씨의 차량이 어떻게 주행했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았던 만큼 재판부는 송씨가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진술 등을 종합하면 송씨의 범죄 사실을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