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붙은 탈모 치료 공약… 2030은 왜 열광할까

이재명, 안철수 등 대선후보 '탈모' 공약 릴레이
전체 탈모 치료 인구 중 절반 가까이 '2030'
"벌써 빠지면 남은 60년 인생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훼손, 포퓰리즘" 지적도
  • 등록 2022-01-06 오후 4:26:00

    수정 2022-01-06 오후 4:28:44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는 3월 대선을 맞아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탈모’ 관련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자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지적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튜브 영상 중 일부 (사진=유튜브 캡쳐)
시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플랫폼을 통해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공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지난 5일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거론하며 탈모 복제약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가세하는 등 예기치 않게 ‘탈모’가 대선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2030세대들이 환영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탈모증’으로 인해 진료받은 인원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22.2%(5만200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1.5%), 20대(20.7%) 순으로 2030의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여기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2030세대의 특성과 ‘탈모’라는 이슈가 맞아떨어졌다. 이 후보가 탈모 관련 공약을 발표하자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재명 뽑는다’ 대신 ‘이재명 심는다’는 말을 만들어내고, ‘나의 머리를 위해, 이재명’ 등 슬로건을 패러디하는 등 순식간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20대 남성 A씨는 “M자형, 원형 탈모가 시작된 것 같아 걱정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며 “벌써부터 빠지면 60년생 이상 벗겨진 채 살아야 한단 생각에 우울했는데 뉴스를 보고 기뻤다”고 했다.

여성 탈모 질환자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다. 흔히 탈모는 남성의 고민으로 여겨지지만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를 받은 남성 탈모 환자는 13만명, 여성은 10만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탈모가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고민이란 얘기다.

탈모약을 처방해 6개월간 먹은 적이 있다는 여성 A씨(31)는 “스트레스성 탈모가 심해 한 달에 6~9만원 정도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며 “무시 못할 수준의 비용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서, 그간 공론화되지 못했던 문제가 점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여성 B씨(30) 역시 “논문 심사 준비의 스트레스로 정수리 탈모가 생겨 내원까지 고민한 적이 있다”며 “보험을 통해 탈모가 질병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번지고고, ‘여자 탈모’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다면 여성들도 병원을 더욱 부담 없이 찾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의 특성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낸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공약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는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털퓰리즘(털+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비난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탈모 지원에 관한 우선순위 여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 ‘신체 완전성’ 등의 표현을 보면 포퓰리즘적 의제 선정일 수 있다”라면서도 “정쟁 위주의 대선 정국 속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약’이 등장했기 때문에 환영받은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탈모가 곧 남성 이슈는 아니지만, 여전히 남초 커뮤니티에서 이슈와 지지를 끌어오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여론 수렴과 의제 설정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은 ‘현실적 적용’을 위해 검토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해 탈모치료제의 매출액은 1100억원 수준으로, 이중 건강보험 재정으로 10~30%를 적용하면 정부 부담은 최대 770억원 수준”이라며 “사회적 질병 극복 차원에서 770억원은 부담 가능한 규모이며, 여기에 보험 수가 적용 시 약값 인하 등을 고려하면 사회에서도 감당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공약과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준비하는 등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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