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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행 업무를 하는 직장인 신모(29)씨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긴장한다. 신씨는 “전화를 하기 전에 인사말을 포함해 미리 간단한 대본을 써놓는다”며 “내 말이 어눌하게 들릴까봐 신경 쓰이고, 굳이 전화로 무언가를 요청하는 과정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송모(30)씨 역시 통화가 늘 어렵다. 송씨는 “전화보다 문자메시지 등을 남기면 깔끔하게 용건만 정리할 수 있는데 전화로 하다 보면 늘 횡설수설하게 설명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하다”며 “그래서 평소 문자를 길게 남겨두고 요청 사항 등을 정리하는 편”이라고 했다.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이들 가운데선 업무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통화 역시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인 김모(28)씨는 “음식점 배달 주문을 할 때도 굳이 전화를 걸기보다는 배달 앱을 사용한다”며 “음식에서 빼주길 원하는 재료, 일회용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을 일일이 말로 하는 게 어색하고 싫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5)씨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문자 등 다양한 소통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통화를 할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듣고 싶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친구들끼리도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콜 포비아를 겪는다는 응답자들은 이유로 ‘전화보다 메신저 앱, 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5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외에 ‘나도 모르게 통화로 말실수를 할 것 같아서’(35.3%), ‘말을 잘 못 해서’(30.5%) 등도 이유로 거론됐다.
다만 ‘전화통화’라는 전통적 의사소통 방식에 여전히 대체 불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대면 소통과 마찬가지로 통화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상대와 공명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회 경험을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통화의 장점과 필요성을 느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회피를 이어가다보면 결국 중요한 전화, 만남 등까지 회피에 익숙해진다”며 “정말 중요한 것부터 선별적으로 조금씩이라도 대응하고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