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6일부터 매일 서울시 혜화역에서 출근 선전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던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를 통해 모든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 설치뿐만이 아니라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을 지역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결과 이들은 지난 2005년 교통약자법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법 집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법률에 따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목표가 이뤄진 적은 없다. 실제로 국토부는 1차 계획에서 2011년까지 ‘저상버스 도입률 31.5%’를 목표로 세웠지만, 지난해 말 기준 도입률은 28.8%에 그쳤다. 저상버스 관련 의무 조항이 없는 상황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전장연의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단체들은 선전전뿐만이 아니라 이달에만 두 번에 걸친 ‘기습 시위’도 진행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3일에는 5호선 여의도역과 공덕역 등에서, 지난 20일에는 5호선 왕십리역 등지에서 출근 시간대를 노린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오전 10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예고하며 오전 7시쯤부터 왕십리역에서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시위에는 휠체어 약 10여대가 참여했으며,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를 끼우고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등의 과정에서 스크린도어 파손이 발생하며 열차 운행의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홍 부총리의 자택 앞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 불편” vs “당연한 권리”… 시선은 22일로
이처럼 이달 들어 부쩍 눈에 띄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에 불만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다. 출근 시간대에 진행되는 시위인 만큼 불편함이 컸다는 의미다. 여의도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황모(30)씨는 “지난 주말 사이 눈이 와서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평소보다 30분 정도 이른 시간에 나왔는데도 결국 지각을 하게 됐다”며 “시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출근길이었던 만큼 불편을 겪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동권 보장이라는 시위의 취지엔 공사 역시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시위가 전개되는 과정, 그리고 시위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시민 불편, 안전 문제 등을 놓고 조율해가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는 이미 10차례에 걸친 시위 등을 감안해 진행된 상황이고, 향후에는 전장연의 활동을 보면서 관련 대응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선은 오는 22일의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로 쏠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교통약자법의 개정안이 심사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안,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30인이 낸 ‘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운영비 지원’ 등이 담긴 법안이 수정 없이 통과돼야 한다는 게 전장연의 요구다.
한명희 전장연 활동가는 “이달 말까지 매일 혜화역 선전전을 이어가고, 내년 1월 3일에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며 “소위 결과와 관계없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