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법정 선 이스라엘 총리 "매일 18시간 업무, 샴페인 싫어해"

검찰 기소 5년 만에 첫 재판
현직 총리, 처음으로 법정 증언대 서
세금우대·규제 혜택 등 대가로 샴페인·보석 등 받아
네타냐후 "언론, 터무니 없이 공격"…변호인도 "마녀사냥"
이달 말까지 매주 3회 법정 출석
  • 등록 2024-12-11 오후 2:55:27

    수정 2024-12-11 오후 2:55:2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뇌물 수수,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패 혐의 사건으로 기소된지 5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진술했다.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인 그는 형사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에 불려나온 첫 현직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법원에 부패 혐의 사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사진=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텔아비브 야파 지방법원에서 진행한 재판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 법정 증언대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은 애초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진행 예정이었으나 보안 문제로 텔아비브 지방법원으로 옮겨 진행됐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수사는 2016년부터 진행, 이스라엘 검찰은 2019년 11월 기소했다. 그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원하는 해외 사업가들에게 샴페인과 보석 등 19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선물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는 대가로 유리한 보도를 요청한 혐의, 통신업체 베제크에 2억5000만달러(약 3513억원) 상당의 규제 혜택을 제공한 대가로 베제크 계열 매체 왈라에 우호적 기사를 요구한 혐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명의 판사 앞에서 “나는 진실을 말하기를 8년 동안 기다려왔다”며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7개 전선을 지휘하는 총리이기도 하다”며 “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 언론이 수년 동안 자신에 대해 터무니없는 공격을 해왔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변호인도 이번 재판이 편파적이며 그가 “정치적 마녀 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변호인과 문답 과정에서 자신이 부패를 통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렸다는 의혹을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나는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하며 책상에서 점심을 먹고, 흰 장갑을 낀 웨이터에게서 식사를 제공받는 일도 없다”며 “새벽 1시나 2시께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가족이나 아이들을 볼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은 시가를 피우지만 항상 회의와 브리핑이 있어 오래 피우지 않는다. 샴페인도 싫어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라(부인)와 내가 풍족한 생활을 한다고 묘사하는 것은 단순히 터무니없고 왜곡된 것을 넘어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항변했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각각 시위를 벌이며 대립했다. 지지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탁월한 능력의 이스라엘 지도자는 없다며 옹호했고, 반대자들은 “국민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을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남편이 여전히 하마스의 포로로 잡혀 있는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국민을 돌보는 것보다 자신의 죄, 사적인 죄에 더 신경을 쓴다”며 “그는 인질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꼬집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은 가자지구 전쟁에 앞서 이스라엘에 깊은 분열을 불러일으켰고, 다섯 차례의 이스라엘 선거를 통해 담론을 지배했다고 BBC는 해설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말까지 매주 3회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총리로서 임무 수행 필요성과 휴식권을 요구하고 있다. 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유죄가 나온다면 총리에게 징역형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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