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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보통신정책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이대로 좋은가’ 토론에서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검정고무신 사태는 작가와 제작업자 간의 관계에 따른 사건인 것에 반해 문산법은 제작업자와 유통업자 관계를 다루고 있다”며 “검정고무신 사태와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문화상품은 일반 공산품과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공산품과 달리 문화상품은 사업 성공 여부가 매우 불분명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대가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법안이 말하는 것처럼) 획일적으로 분배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저작권자의 배분이 높게 이뤄져야 공정하다고 생각된다면, 유통·제작업자 입장에선 시장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에게 높은 비율을 주고 문화 상품을 받아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무명의 새 작가들은 시장에 진입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판촉비용 전가를 함부로 규율해 발생한 폐해는 대규모유통입법 사례에서 이미 발견할 수 있다”며 “대규모유통업자가 판촉비용 대부분을 부담한 사건에서도 제재가 부과됐고 결국 이는 판촉행사의 큰 위축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웹툰을 예로 들었다. 그는 “처음 2회 정도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웹툰 작가와 유통 플랫폼 모두가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고, 실제 국내 웹툰 활성화의 기반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증되지 않은 (작품의 홍보를 위한) 무료 회차에도 저작료 등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다면, 현실적으로 플랫폼들은 모든 콘텐츠를 유통하는 대신 선택한 일부 콘텐츠만 유통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산업 자체가 더 위축돼 제작자의 불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근 상명대 교수도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컨설팅 등을 법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실현할 것”이라며 “결국 플랫폼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신인 창작자들에 대한 투자 및 사업화에 대한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유명 창작자들의 작품만을 플랫폼에서 유통시키게 되고 결국 다양성이 감소하고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이 법안을 얘기할 때마다 검정고무신 사건을 근거로 얘기한다. 해당 사안은 예술인권리보장법에서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다. 연관관계가 미약한 사건을 감성적으로 연결시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