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발표된 배상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3건의 강제징용 확정판결에 대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한일 재계 대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미래청년기금’을 공동으로 조성해 유학생 지원 등 양국의 미래를 위한 후속 조치를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정부 결정에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전 11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외교부 발표 시간에 맞춰 외교부 앞에서 릴레이 발언 등 항의 행동을 진행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확정된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일제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움직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사법부를 무시하는만큼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의 발표가 이뤄지자 일제히 외교부를 향해 부부젤라와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치는 등 소음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활동가들은 “친일 매국 정권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무시하는 박진 장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징용 당사자·대리인도 ‘반대’…“동냥한 돈 받지 않을 것”
강제 징용 피해자 당사자들 또한 이날 오후 정부의 배상안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인권과 존엄을 짓밟는 모욕”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 등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단은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무 돈이나 받으라’는 모욕적인 답변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정부의 해법에 동의하는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서는 채권 소멸(포기) 절차를 진행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채권 추심 등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배상금을 받냐, 받지 않느냐로 축소시키는 정부의 ‘편 가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피해자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것”이라며 “일본은 항상 ‘살아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빠른 해결’을 주장했고, 정부 역시 이를 그대로 쫓아가며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배상안 발표 이후 광주에서는 양금덕 할머니 역시 직접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 할머니는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사죄·배상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나라 기업들을 동냥해서 받는 돈은 절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