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시욱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 후 공약이행의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봤다. 미국 내 생산공장·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1→15%) 공약도 마찬가지다. 공약대로면 한국의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24%)과 격차가 더 벌어진단 점을 이 원장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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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법인세율 격차 확대 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둔화될 가능성을 짚었다. 이 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등이 합심해서 환골탈태 수준으로 법인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환경을 개선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2기 시대의 도래는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국내외 기관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단 평가다.
우리나라는 환율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국가로, 이 원장은 트럼프 시대가 몰고 올 ‘강달러 흐름’이 고환율·고물가를 야기해 내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한국이 유독 힘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0%대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는 독일, 120조원대 추경을 편성한 일본 등 주요국들이 다 힘든 상황”이라며 “내수 부진에 미국의 압박까지 커진 중국은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선 트럼프 당선인에 이해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며 “집권 후에 공화당의 입지를 공고히 한 윌리엄 매킨리,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궤적을 밟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두곤 “매킨리의 관세 인상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와 레이건의 감세·규제완화, 방위비 지출 확대 정책을 배합한 구조”라며 “(중장기적으로 트럼프가문을) 공화당 버전의 케네디가(家)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야 그에 따른 영향도 예측할 수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정책들이 거시경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