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서히 둔화하는 물가…'지속적인 2%대'까지 남은 과제는

근원 소비자 물가, 2개월째 상승폭 감소
월마트發 식료품 값 하락, 6월에 뚜렷할 듯
여행·자동차보험 등 서비스 분야도 수요 둔화세
"고용시장 냉각, 인플레 압력 계속 진정딜 것"
주거비 오름세는 여전히 불안…연준 9월까지 물가 확인
  • 등록 2024-06-13 오후 5:53:35

    수정 2024-06-13 오후 7:02:1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가 크게 둔화하면서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고용 시장이 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식료품을 비롯해 휘발유, 자동차 보험 등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반등 우려가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소비자물가 가중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부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지속적인 2%대 물가’로 향하기 위해서는 주거비가 안정세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3.4%(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월가 추정치인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2개월 연속 상승폭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8월(0.1%) 이후 3년 여만에 가장 느린 속도다.

전체 CPI는 전년 동월보다 3.3% 올랐으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를 기록했다. 시장예상치는 각각 3.4%, 0.1%였다. 근원 CPI는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지표로 경제학자들은 전체 CPI보다 근원 인플레이션을 중요하게 여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이유는 휘발유와 식료품 등의 가격 상승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월마트와 타깃 등 주요 소매업체들은 식품부터 기저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제품 가격을 내렸다. 5월 CPI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우유, 버터, 달걀, 해산물 및 채소 가격이 떨어졌다. 이유식과 분유 가격도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식료품 가격은 전달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교통비 부담도 낮아졌다. 휘발유 가격은 3.6% 하락, 작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운전자들의 자동차 보험료도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전기 요금은 전달과 동일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3.6%나 내린 것도 물가 둔화에 도움이 됐다. 주거비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물가를 나타내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달보다 0.04% 하락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식료품의 경우 월마트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배경이 ‘가격 인하’였던 만큼 다른 소매기업들도 경쟁적으로 가격 할인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5월 말부터 외식과 유통기업들의 할인이 본격화 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6월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행과 자동차보험 등 서비스 분야 역시 최근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당분간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으나 미국 등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 사라 하우스와 마이클 퓨글리시는 “지난해 상품 인플레이션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침내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용 시장이 냉각되고 소비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진정되고 있다고 본다”며 “이는 해가 갈수록 월간 인플레이션 속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비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는 건 물가 안정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주거비는 전월대비 0.4%, 전년대비 5.4%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주거비는 갱신된 임대계약으로 임대료 인하 데이터가 계속 반영됨에 따라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여전히 수치상으로는 끈적하다.

이에 연준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는 흐름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CPI에 이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연준이 인플레이션 지표로 사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상승폭 둔화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5월 소비자 물가에 대해 “아직 몇 달 더 있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고무적”이라며 “PCE가 예상대로 둔화하면 올해 처음으로 근원 물가가 연간으로 2% 목표와 부합하고, 그 이하로 내려간 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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