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10일 취임 이후에도 지금처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임시 집무실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청와대를 이전하기 전에도 대선 공약에 따라 효자동 청와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서초동 자택에서 수개월간 출·퇴근을 할 예정인데요, 통의동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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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선인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돌발 상황이 우려됩니다. 우선 통의동 집무실까지 출·퇴근이 제대로 될지 여부입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서초동(자택)에서 (통의동 집무실로 아침에) 오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당선인이 집무실과 관저가 함께 있는 현재의 효자동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윤 당선인의 자택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입니다. 이 곳에서 통의동 집무실까지는 차량 이동 시 12~17km 거리입니다. 내비게이션 검색 결과 5가지 경로가 있지만, 어느 길로 가든지 평상 시엔 30~45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출퇴근 시 상습 정체 구역인 이태원역·녹사평역 앞 도로를 지나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신호 통제를 할 예정이어서 당선인의 출·퇴근 시간은 내비게이션 예측치보단 줄어들 전망입니다. 리모델링이 끝난 뒤 한남동 공관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시간이 더 줄어듭니다.
다만 출퇴근 신호 통제로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됩니다. 대통령 이동 시에는 보안을 고려해 반경 1km 통신을 마비시킵니다. 만약 대통령 출·퇴근 동선과 겹친 시민들은 일시적인 통신 장애를 겪을 수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민의 큰 불편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윤한홍 청와대이전TF팀장은 당선인 동선을 분산시켜 시민들과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퇴근 자체가 힘들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최규하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5명을 경호했던 장기붕 전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은 방송에 출연해 “한남동 공관을 이용하든 사저를 이용하든 경호 전문가로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 곳에 (윤 당선인이) 감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청와대 근처에서 각종 집회가 많은데 만약 시위대가 자택 인근으로 몰려들 경우 출·퇴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윤 당선인은 현재 청와대를 벗어나는 게 소통 행보라는 입장입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고, 그렇게 노출돼 있는 자체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일 새벽에 안보 상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용산 집무실에 있는 벙커까지 가실 건지 생각은 해보셨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서초동 자택에서 통의동 집무실까지는 거리가 더 멉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교통을 통제하고 들어오는 데 3~5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서울 내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선인 측은 통의동 집무실의 경호 문제, 리모델링에 따른 추가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김은혜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왜 리모델링 해야 하냐”며 리모델링 추가 예산이 없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통의동 업무 시 외빈 경호·보안 등의 문제에 대해선 “잘 해야죠”라며 “국민들의 불편을 먼저 챙기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7월 초쯤 청와대를 이전해 국방부 청사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할 듯하다고 밝혔습니다. 5월10일 취임 이후에도 약 두 달 간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 중 국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 시위, 경호, 국가위기대응 등과 관련한 돌발 상황을 관리하는 과제가 남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