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일할 만한 환경에서 일하고, 정당한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고 싶습니다.”
| 쿠팡 물류센터 등 쿠팡 3사 노동자들이 14일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권효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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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역 앞 쿠팡 본사에서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 14일에는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노동자들과 쿠팡이츠 소속 배달 노동자들이 가세했다. 이날 한낮 폭염 속에 모인 이들은 쿠팡 측에 성의 있는 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지부 총 3곳에서 모인 이들은 쿠팡 본사가 열악한 노동 조건 등의 해소, 부당해고 등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강한승,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에 면담 요청서를 보냈지만, 이들이 답변시한으로 정한 11일이 지나도록 회사는 침묵을 지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보였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 지회장은 “현재 쿠팡 물류센터 내에서 제기되는 모든 노동 환경 문제들은 한국 사회 노동 문제들의 축소판과 같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도 아니고, 세계적인 대형 기업에서 기본권이 침해되는 수준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지회장은 “폭염에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선풍기 몇 대로만 버티고, 최저시급과 별다를 바 없는 임금을 받고 있다”며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 사항에 따라 사측은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쿠팡이츠의 라이더 노동자들 역시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에 공감, 연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지부장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 사거리 앞을 지나면서 ‘왜 상식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렇게까지 농성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며 “쿠팡과 그 계열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 지부장은 “라이더 노동자들도 정당한 기본 배달료를 요구하면서 1년여간 교섭 중”이라며 “경영진은 상식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달라”고 했다.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지부장 역시 “우리는 망가진 노동 현장을 고치러 온 것”이라며 “경영진 역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발언을 마치고 쿠팡 본사 주변을 행진했다. 이후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자택 등도 차례로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쿠팡물류센터지회 노동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쿠팡 본사가 위치한 건물 1층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물류센터 내 에어컨 설치, 유급 휴게시간 부여 등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사측에 교섭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자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점거농성을 벌이는 인원 일부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