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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스토리로 만들면 이렇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조명해보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렇게 결혼과 동시에 남성과 격차를 벌여간다.
우리나라의 성별 대학진학률은 갈수록 격차를 벌이면서 2021년 기준 여성이 남성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다. 그러나 결혼 이후 여성의 경제참여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녀 육아를 마친 이후 재취업에 나선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의 질은 떨어진다. 이른바 ‘M자 곡선’이다. 비혼이 늘어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M자 곡선은 완화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고정적 성역할이 여전하다. 남녀 모두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분담해야한다고 인식은 하지만, 실제 가사분담 실태는 ‘아내가 주로하고 남편도 분담한다’는 식이 응답자의 50%를 넘어서며 가장 많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 비율도 여성이 90.2%로 압도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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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의 가부장적 문화, 육아와 가사 부담의 편중 등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은 한국의 성평등 관련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33개국의 2021년 ‘여성 고용 환경 지수’(Women in Work Index)에서 한국은 성별임금격차가 31.1%로 33위, 꼴등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여성 노동참여 비율(59.9%, 29위) △이사회 내 여성 비중(8.7% 33위) △여성 정규직 고용 비율(76.8%, 18위) 등 여러 분야에서 대체로 낮은 순위를 보였다.
제도면에서도 성평등 선진국으로 가기엔 아직 멀었다. 세계은행이 최근 190개국을 대상으로 직장, 출산, 임금 등 8개 항목에 걸쳐 법 규정의 남녀 격차를 수치화한 ‘여성의 일과 법(Women, Business and the Law)’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65위 (100점 만점 중 85점)에 그쳤다. 8개 평가 분야 중 대한민국은 5개 항목(이동의 자유, 취업, 결혼, 자산, 연금 )에서 100점을 받았으나 ‘임금’에선 세계 최하 수준인 25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성의 삶을 개선하자는 시민운동을 기념하는 여성의 날 115주년에도 한국 사회는 ‘남성 역차별’이 키워드로 부각된다. 지난 대선의 최대 키워드였던 젠더갈등은 여전히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면서 소모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필두로 남성 역차별 문제를 짚는 공약이 반짝 등장했다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2030 남성들 가운데서는 오히려 남성이 약자이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여성의 날은 노동권과 선거권을 위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뛰쳐나온 날을 기념한다. 유엔은 올해 여성의 날 회의 주제로 ‘디지털, 성평등을 위한 혁신과 기술’로 정했다. 디지털 성격차의 심화가 여성의 취업 기회, 온라인 안전 등 모든 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유엔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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