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CS 품는다지만…부실매각·합병심사·인력감축 '산 넘어 산'

연내 인수 마무리 계획…곳곳에 도사린 난관
손실 큰 IB사업 매수자 찾기 힘들어
소매금융 부문은 독과점 문제 우려
신종자본증권 22.5조원 상각처리
투자손실에 채권시장 혼란 불가피
  • 등록 2023-03-20 오후 7:17:36

    수정 2023-03-20 오후 7:23:16

[이데일리 김상윤 방성훈 박종화 기자]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위기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의 인수로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합병심사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남아있다. 또 22조5000억원 규모의 CS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모두 상각처리하면서 채권시장 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AFP 제공)
우여곡절 끝에 합병했지만…구조조정·M&A심사 남아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최대 은행 UBS와 CS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167년 역사의 세계적인 금융사인 CS는 UBS에 인수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인수 총액은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 규모다.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는다. UBS와 CS는 합병심사 등 남은 절차를 통해 연말까지 거래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스위스 당국의 압박에 UBS가 CS를 합병하게 됐지만, 갈 길이 멀다. CS 구조조정을 통해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CS의 사업부는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웰스운용, 자산운용, 소매금융, IB사업부로 이뤄져 있다. UBS는 그나마 수익성이 괜찮은 웰스운용과 소매금융에 관심이 크다. 두 사업부 모두 지난 3년간 세전 순이익이 49억3000만스위스프랑(약 7조원), 37억3000만스위스프랑(5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3년간 순손실이 46억8000만스위스프랑(6조6000억원)에 달하는 IB부문은 매각해야 하는데, 전 세계 IB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마땅한 매수자를 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UBS가 CS의 소매금융 사업을 가져갈 경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모닝스타의 유럽 은행 분석가인 요한 숄츠는 로이터에 “가장 안정적인 사업이고 상당한 현금을 창출하기 때문에 UBS가 CS 소매금융 부문을 끌고 가려고 애쓸것”이라면서도 “UBS와 CS간 거래가 진행될 때 국내은행 시장 집중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력 감축도 필요하다. UBS 측은 “감원 숫자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콜룸 켈러허 UBS 회장은 인수합병을 결정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앞으로 몇 달간 CS 직원들에겐 힘든 나날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CS는 9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감원수가 두 배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은행은 지난해 기준 12만5000명 직원을 두고 있다.

CS주주들은 적게나마 UBS주식을 챙겼지만, 채권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보게 되면서 유럽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급랭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다. 스위스국립은행은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최대 1000억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대신 160억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처리했다. AT1은 고위험 채권으로, 은행의 자본비율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 동의없이 증식 상각처리할 수 있다.

킹스턴증권 디키 웡 리서치 디렉터는 블룸버그에 “이번 상각처리로 채권 및 주식시장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며 국제 및 지역 은행들이 얼마나 많은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갖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스위스 당국의 압박에 CS를 합병하게 된 UBS의 콜름 켈러허 UBS 회장이 불만이 가득찬 표정으로 기자회견 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AFP)


SVB·시그니처은행 매각 속도전…전세계 중앙銀 달러공급↑

미국도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중소은행 연쇄 파산 우려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SVB와 시그니처은행을 조기에 매각하면서 시장 우려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SVB 파산 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통째 매각을 두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최소 두 사업 무문으로 분할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폐쇄된 시그니처은행도 분리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FDIC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자회사 플래그스타은행이 시그니처은행이 보유했던 ‘거의 모든’ 예금과 일부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에는 암호화폐 사업과 연계된 40억달러(약 5조2400억원) 규모의 예금은 포함되지 않았고, 법정관리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캐나다·영국·일본·ECB·스위스 등 5개국 중앙은행은 UBS의 CS 인수 발표 후 달러화 스와프협정 상의 유동성 확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달러 스와프 프로그램 상 7일 만기물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리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 시장 불안으로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각국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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