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치 안했냐고요?”…현장 경찰을 보는 두 개의 시선[현장에서]

경찰청장 “읍참마속” 이어…尹대통령도 현장 경찰 ‘질타’
큰 권한·책임 지닌 건 ‘윗선’인데
현장경찰은 ‘감찰’, 윗선은 “사퇴 안해”
대통령과 시민들 시선 ‘괴리’
  • 등록 2022-11-08 오후 4:53:45

    수정 2022-11-08 오후 4:53:45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 정리에 나선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 (사진=유튜브 ‘니꼬라지TV’ 캡처)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현장에서는 당연히 최선을 다했을 거에요. 그날 저도 야간 근무조였는데 다들 뒤늦게라도 이태원 지원을 가고, 그러다가 생긴 공백은 또 인근에서 막아주고… 그렇게 모두가 뛰어다녔어요.”

순경 입직 3년차인 한 경찰관은 8일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각종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부대껴온 경찰관으로서 이번 참사 후 경찰 책임론이 빗발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말이다.

경찰 책임론, 그 중에서도 ‘현장 경찰’의 책임론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130여명이나 현장에서 보고 있었는데 왜 조치를 하지 않았나”, “일선 경찰서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고, 대통령실은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이 발언들을 전례 없이 공개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도 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 1일 “읍참마속하는 심정”이라며 경찰 내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감찰을 선언했다. 이튿날 꾸려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고, 특별감찰팀은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윗선이 ‘꼬리 자르기’ 하려 한다”는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터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 경찰의 울분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10만명 이상 인파 운집이 예고된 현장에 고작 137명 경찰인력을 배치하면서도 30% 이상은 마약 단속에 집중키로 한 결정을 내린 건 윗선이고, 인력 증원 요구를 묵살한 것도 윗선이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몰두하다 참사엔 미흡한 대응을 하고 늑장보고를 한 것도 윗선이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에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직의 문제점도 모르고 있었다.

윗선은 현장 경찰보다 큰 권한을 가졌다. 권한은 책임과 비례한다. 하지만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책임을 지겠단 이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청장 모두 “대통령에 사의를 표한 적 없다”고 했다. 윤 청장 역시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는 말로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책임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느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상민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65%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목 터지게 외치던 경찰관을 봤다.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파출소엔 비난 전화만 오는 게 아니라 격려와 고마움을 담은 편지와 꽃, 먹거리들도 전달되고 있다. 대통령도 이와 같은 현장을 봤다면 어떤 ‘책임론’을 얘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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