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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경 입직 3년차인 한 경찰관은 8일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각종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부대껴온 경찰관으로서 이번 참사 후 경찰 책임론이 빗발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말이다.
경찰 책임론, 그 중에서도 ‘현장 경찰’의 책임론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130여명이나 현장에서 보고 있었는데 왜 조치를 하지 않았나”, “일선 경찰서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고, 대통령실은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이 발언들을 전례 없이 공개했다.
현장 경찰의 울분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10만명 이상 인파 운집이 예고된 현장에 고작 137명 경찰인력을 배치하면서도 30% 이상은 마약 단속에 집중키로 한 결정을 내린 건 윗선이고, 인력 증원 요구를 묵살한 것도 윗선이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몰두하다 참사엔 미흡한 대응을 하고 늑장보고를 한 것도 윗선이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에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직의 문제점도 모르고 있었다.
윗선은 현장 경찰보다 큰 권한을 가졌다. 권한은 책임과 비례한다. 하지만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책임을 지겠단 이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청장 모두 “대통령에 사의를 표한 적 없다”고 했다. 윤 청장 역시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겠다”는 말로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목 터지게 외치던 경찰관을 봤다.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파출소엔 비난 전화만 오는 게 아니라 격려와 고마움을 담은 편지와 꽃, 먹거리들도 전달되고 있다. 대통령도 이와 같은 현장을 봤다면 어떤 ‘책임론’을 얘기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