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또 오르면 직원 자를 수밖에”… ‘성난’ 사장님들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9620원…올해比 5%↑
자영업자들 “나락으로 간다…예비 범법자 될 판”
알바생들 “물가 올랐으니 당연히 임금도 올라야”
일각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우려
  • 등록 2022-06-30 오후 5:10:26

    수정 2022-06-30 오후 9:31:56

[이데일리 권효중 남궁민관 김윤정 기자] “영업제한 겨우 지나니까 고물가에 이제는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자영업자들은 죽으라는 소리입니까?”

30일 오후 폭우 속, 자영업자들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여의도 국회 앞에 울려퍼졌다. 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전날 결정되자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2년여 코로나19 유행으로 누적된 경제난이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물가 폭등을 맞고, 내년엔 인건비 인상이 예고돼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당하게 됐단 주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이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밤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5% 오른 시급 9620원으로 최정 확정했다. 이를 월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주휴수당 포함)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내년이면 편의점주, 음식점 주인 등 자영업자들은 직원 한 명 인건비로만 매달 200만원 이상 써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각종 경제단체는 물론 자영업자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회(코자총)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영업금지, 시간제한, 인원제한 등을 겪어왔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라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700만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결정을 이렇게 할 수 있냐”며 “이제 임대료 걱정이 아니라 직원들 급료 걱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정해균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은 “회원들은 임금 지급을 못하고 가족과 부부 운영으로 의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예비 범법자 신세’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도 시름이 크다. 서울 충무로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김창수(56)씨는 “매출은 떨어지고, 재료값은 오른 상황에서 알바생 1명을 덜 써야하나 고민하던 차였다”며 “내년엔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면 남는 게 없겠다”고 한숨지었다. 중구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주모(45)씨는 “주재료인 기름값만 올해 2배 이상이 뛰었다”며 “알바생 4명은 써야 가게가 돌아가는데, 뭐 하나 그대로인 게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여의도 인근의 카페 점주 오모(34)씨는 “이제 알바생이 ‘갑’이 아니냐”며 “매해 오르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부담이 된다”고 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여가 오를 아르바이트생 등은 환영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으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박모(28)씨는 “자취를 하며 취업준비 중인데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감당이 안됐는데 이번 인상 소식이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프리랜서인 김지연(28)씨는 “외식, 배달음식 등 일상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오를 만큼 올랐는데, 최저임금도 당연히 올라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을 우려한다. 임금 지급 부담이 커지면 일부 자영업자 등은 수익 악화로 한계에 몰리거나, 종업원 수를 줄이면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단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여건이 아직 불확실한데 고용 악화와 추가적인 자영업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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