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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동의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외벽과 내부 구조물들이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콘크리트 더미들에 묻혔던 실종자 6명은 그 사이 모두 숨진 채 구조됐다. 10일 이데일리가 찾은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일대는 한 달 전보다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사고가 남긴 흔적은 여전히 선명하고 참혹했다. 사고가 난 201동 건물은 상층부 크레인만 철거됐을 뿐 한 달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철거 후 재시공까지는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터였다.
드문드문 인근 거리를 지나던 행인은 걸음을 멈추고 아파트를 올려다봤고 일부는 현장 앞 울타리에 걸린 노란 리본을 들여다본다. 한 60대 여성은 “사고 한 달이 지나니 이제는 이전만큼 붐비지 않는 것 같다”며 “정적감이 무겁고 쓸쓸하다”고 했다. 인근 카페 주인은 역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고가 났을 당시가 생생하다”며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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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후 29일째였던 지난 8일 비로소 실종자 6명 수습이 끝났다. 진짜 사고 수습은 지금부터다. 여전히 사고의 원인 규명과 수습 남은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희생자 가족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과와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장례 절차를 무기한 연기했다. 추모공간 설치 등에 대해선 서구청, 광주시 등과 합의해나갈 예정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근처에 천막을 차리고 현장을 지켜왔다. 구청에서 따로 마련해준 숙소를 찾지 않고 한 달여 밤낮을 천막 하나에 의지하며 가족을 기다려왔다. 가족이 끝내 주검으로 돌아온 후엔 시공사에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천막에서 버티는 중이다.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인 안 모씨는 “현산은 구체적인 보상과 대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며 “사고를 낸 이들이 책임질 수 있게 정치권과 사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사회적 참사’인 만큼 시민과 함께 추모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며 “11일부터는 무등주차장에서 분향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상인 역시 사고 이후 책임감 있는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로 아직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하이빌 도매상가를 포함해 상인들도 천막 하나를 세웠다. 박태주 사고피해대책협의회 대표는 “주변 상인들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원을 제기했고 문제를 지적했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고 여전히 대응이 미진해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현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도 막막한 상황이다. 한 입주 예정자는 “철거에만 최소 6개월~1년이 걸리고 입주까지는 3~4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데 도대체 그동안 어디에 가서 살아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 대표는 “1, 2단지를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