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덮친 화마 속 살아 남은 게티박물관…비결은?

게티박물관의 화재 방어 전략 WSJ 조명
내화성 건축 설계…첨단 스프링클러 장착
직원 45명 교대 근무하며 불씨·잔불 점검
  • 등록 2025-01-15 오후 5:03:19

    수정 2025-01-15 오후 5:03:1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강타한 산불 속에서 고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게티박물관’이 뛰어난 재난 대비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LA에서 산불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게티박물관 전경(사진=게티박물관 X)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불길이 게티박물관에서 불과 6피트(약 1.8m) 거리까지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과 소장품들을 온전히 보호되고 있다.

WSJ은 이러한 성과는 수십 년간 축적된 재난 대비 노하우와 함께 철저한 설계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게티박물관은 건축적 설계와 방화 시스템 덕분에 피해를 면했다. 1974년 개관 당시부터 화재에 강한 콘크리트벽과 기와지붕을 갖췄고, 정교한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화재를 막았다.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게티박물관은 화재를 방어하기 위해 특별한 설계가 이뤄졌다. 불에 타지 않고 잘 견디는 내화성 건축이 이뤄진 것이다. 트래버틴 석재 외벽과 넓은 광장 설계, 다른 녹지에 비해 물을 많이 흡수하고 불쏘시개처럼 발화 가능성이 적은 아카시아 관목과 참나무와 같은 수목 배치, 가지치기와 정기적인 풀 제거로 화재 위험 감소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첨단 스프링클러 시스템도 장착됐다. 필요한 경우 100만 갤런(약 379ℓ) 규모의 자체 물탱크를 사용할 수 있다. 화재 경보 시엔 즉각 작동해 잔디와 외부 구조물을 적시게 돼 있다.

아울러 연기와 불씨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기 여과와 압력 시스템에도 신경 쓴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 간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금고형 문도 설치했다.

트래버틴 석재 외벽으로 내화성 건축이 된 게티박물관(사진=게티박물관 X)
게티박물관은 화재 발생 후 약 4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비상팀을 꾸렸다. 이들은 로마식 건축을 본뜬 고대 유물이 전시된 게티빌라와 반 고흐의 ‘아이리스’와 같은 유명 작품이 전시된 현대적 시설인 게티센터 등 2개의 주요 캠퍼스 주변 언덕 지대를 순찰하며 방어작업에 나섰다. 직원들은 직접 소화기를 들고 땅과 나무 위의 불씨를 찾아 제거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캐서리 플레밍 게티박물관 CEO는 화재 초기부터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지휘했다. 팰리세이즈 지역의 불길이 동쪽으로 확산하면서 자택이 있는 브렌트우드 지역 대부분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는데 그는 박물관에 상주하며 직원들과 협력했다. 플레밍 CEO는 “예술품도 우리 모두도 안전하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현재 게티박물관과 관련해 모든 예술품은 안전하게 보관 중이다. 외부 박물관에서 대여한 작품들도 모두 그대로 보관 되고 있으며, 대여처에서도 회수 요청이 없는 상태다.

게티박물관은 LA 산불 여파로 무기한 폐쇄된 상태이지만, 박물관 측은 오는 21일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정된 파리 인상주의 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전시는 내달 25일 개막을 위해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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