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그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석준에 대한 첫 공판이 17일 열렸다. 이날 이석준 측은 살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보복’의 의도를 품은 대상이 피해자지, 피해자의 가족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혐의가 ‘보복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한때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이종채)는 17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형법상 살인미수, 살인예비, 강간 상해 등 총 7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준(26)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수형복 차림에 안경, 페이스 쉴드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한 이석준은 이날 신변과 주소 등을 묻는 질문에만 답변하고 그 외 발언은 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다.
이날 검찰 측은 이씨의 살해 계획이 치밀했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전자장치 부착 명령 역시 요구했다. 검찰 측은 “이씨는 피해자의 의도에 반해 그를 감금하고 폭행, 불법 촬영 등을 한 데에다가 경찰 신고가 이뤄지자 보복 살인을 치밀하게 준비해 계획, 실행에 옮겼다”며 “추후에도 성폭력과 살인 등을 저지를 위험성이 높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살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기소 혐의가 ‘보복살인’이 아닌 살인으로 변경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이씨가 분노, 배신감을 느꼈던 대상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아닌 만큼 살해의 목적도 어머니가 아니었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신고 사실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흥신소 이용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역시 부인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인터넷 포털 검색을 통해서도 흥신소 등은 쉽게 검색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이게 다 범죄인지, 주관적 측면에서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행 역시 강간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던 만큼 강간상해 역시 폭행과 분리해서 봐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10일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 A씨의 거주지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빌라에 찾아가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외출 중이었던 A씨는 이석준을 피할 수 있었으나, A씨의 어머니는 숨졌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졌다. 이석준은 A씨로부터 강간 신고를 받자 배신감을 느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을 위해 흉기뿐만이 아니라 전기충격기, 밧줄 등의 도구를 계획적으로 준비했다. 여기에 불법 흥신소를 이용해 A씨의 주소를 확보하기까지 했다.
이날 검찰 측은 증인으로 피해자 측 가족을 신청했고, 피고인 심문을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1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8일 증인 심문 등 재판 절차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