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Q.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소장 국보 ‘금동삼존불감’이 외국계 암호화폐 투자자 모임에 팔렸는데, 지분 51%를 기부받아 간송 측에서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문화재에 소유지분이라는 게 있는 건가요? 개인이 국보를 구매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 소유하게 되는건지 궁금합니다.
| 국보 ‘금동삼존불감’(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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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A: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는 국보라 하더라도 개인간의 거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역사성과 예술성이 뛰어나 국보로 지정하긴 했지만, 개인도 사고 팔 수 있는 미술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국보의 외국인 소유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해외로의 반출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보를 구매했더라도 국내에서만 소장해야 하고, 인천공항 세관을 통과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보를 구매하면 문화재청에 소유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뒤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이번에 ‘금동삼존불감’을 구매한 헤리티지 DAO 역시 문화재청에 소유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간송재단에 해당 국보를 기탁한다”는 내용의 ‘관리자 선임 신고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소유자는 바뀌지만 국보 자체는 간송재단이 보관·관리해 나가기로 협의한 것이죠.
앞서 설명했듯이 국보는 해외로의 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에 대한 기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오는 최근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간송의 국보를 일반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하겠다”며 “다만 국보를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상품의 지분을 확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동삼존불감은 간송미술관이 현재 보관하고 있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하더라도 국보의 소유지분을 51%와 49%로 나누는 방식이 다소 생소한 건 사실입니다. 이번 경매와 계약을 주도한 DAO 플랫폼 크레용(Crayon)의 김경남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모금에 참여한 56명은 국보가 개인의 손에 들어가면 대중이 향유할 수 없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공유했다”며 “과반이 넘는 지분을 간송미술관에 기부해 국보를 다시 되팔 수 없는 구조로 하자고 구매 전부터 결정했다”고 지분의 기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다오 측에서 사이트에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액은 25억원이었습니다.
헤리티지 DAO는 삼존불감을 당장 상업적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메타버스 게임 샌드박스에 삼존불감을 전시하거나 다른 메타버스 세계에 삼존불감을 3D로 재현해 올려 감상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의 NFT 판매의 경우 원본을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며 “NFT 기술에 대한 안정성이나 검증 문제는 시간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